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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스토리 - 장소와 시간으로 엮다
양희경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서울스토리: 장소와 시간으로 엮다>는 서울대 지리교육학과 출신인 저자 양희경, 심승희, 이현군, 한지은의 협엽으로 이루어진 보고서이다. 저자가 여럿이므로 글의 내용이 더욱 풍부하고 깊다.
기존의 서울에 대한 안내서는 대체로 서울의 문화유적들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었다. 물론 서울이라는 도시는 과거 한양이라는 영역과 겹쳐져 있다. 하지만 근대화 이후 "한양"보다 넓어진 서울의 역사를 담은 책들은 보기 어려웠다. 과거는 현재와 긴밀한 관계가 있고, 현재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되짚어 볼 수 밖에 없다. 지리라는 특성은 현장성을 갖지만, 그 현장성이 시간을 통해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 터 무늬를 찾아 한 발 한발 내딛은 저자들의 노고가 빛난다.
서울에는 옛 건물을 뒤로하고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났다. 북촌의 랜드마크였던 화신백화점 자리에는 삼성종로타워가 우뚝 솟았고, 옛 미츠코시 백화점 자리에는 신세계 백화점이 들어 섰다. 현재 건물이 세워지기 전 그 터에는 어떤 건물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은 이라면 <서울 스토리>에서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해방후 근대화가 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였다. 잘 살고 싶은 자본주의적 욕망들이 건물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강과 여의도를 필두로 개발이 시작됬고 고층 아파트 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책은 고층 아파트들의 번영에만 주목하지 않고, 그 아파트가 세워지기 이전에 있었던 도매시장, 쓰레기 매립장, 버스터미널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이 갖는 미덕은 여기에 있다. 단순히 서울을 미화하지 않고, 서울이 지나온 시간들을 찬찬히 되새긴다. 그 과정 속에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한번쯤 반추해 볼 수 있다.
인구 천만에 육박하는 메트로폴리탄이 된 서울은 이제 댜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방배동 프랑스 마을, 이촌동의 일본인 마릉, 한남동의 외인 아파트 지역 처럼 독특한 풍경을 보이기도 하며, 홍대 거리나 이태원처럼 다양한 인종이 모인 구역도 있다. 우리가 아는 이 화려한 모습들과 달리,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슬럼화지역도 있다. 동대문역사 박물관역 근처 뉴금호타운은 몽골타운이 형성되어 있으며, 동대문역 근처 창신동에는 네팔인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재중동포들이 가장 많았던 가리봉동은 재개발되면서, 이들을 대림동 자양동으로 옮기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은 이제 한국인들만의 도시가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을 품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개발의 시대를 지나, 서울이 이제 다양한 사람들과 공존하며 즐길 수 있는 삶의 터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옆에 끼고 서울을 걷노라면, 마치 여행객이 된 듯 서울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 남긴 응달진 곳일지라도 그 땅이 지나온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