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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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_파스칼 브뤼크네르/이세진 (인플루엔셜)

“죽음보다는 추한 삶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
-배르톨트 브레히트

책을 넘기며 첫 문장이 저를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습니다. 생애 절반 이상을 살아가고 계신 분들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죽는 순간보다도 살아온 삶의 궤적을 다시 생각해볼 때 느껴지는 두려움이 더 공포스러운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추한 삶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요.

플라톤은 지식의 단계와 나이는 비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50세가 넘어야만 선을 관조할 수 있다고 말했죠. 따라서 플라톤의 국가는 일종의 “입헌노인통치” 체제입니다. 오직 연장자만이 정념의 혼란에 대비하고 시민을 고양된 인류의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동안 가치 체계가 뒤집혔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모두가 그 나이대로 살고 있지 않습니다. 어르신들도 젊은이의 트렌드에 따라 젊게 살고 싶어 하시고, 실제로도 그런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철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나이 때문에 사람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므로, ‘더 이상 자기 나이로 보이고 말고가 없습니다.’ 나이는 그저 서류상의 형식에 불과합니다. 이제 인간의 조건이 정제되었던 시대를 벗어나 정체성과 세대가 유동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사실, 나이는 우리가 비교적 기꺼이 따르는 협약이다. 이 협약이 사람들을 이런저런 역할과 입장으로 갈라놓았는데 과학의 발달과 수명의 연장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은 속박에서 벗어나 성숙과 노년 사이의 모라토리엄을 잘 활용하여 새로운 삶의 기술을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 모라토리엄을 인생의 인디언 서머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자신들이 걸어갈 길을 개척하여 젊음을 재정의했듯이, 이제는 노년을 재창조할 시간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에서는 50세 이후에 아직도 들끓는 욕구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래 살고 싶은가, 치열하게 살고 싶은가? 인생의 계절에서 가을에 새봄을 꿈꾸고 겨울을 최대한 늦게 맞이하기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바친다.”

많이 반성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제 나이도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막 절반이 되기에도 한참 멀었는데 말이죠.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50대의 삶을 나이와 결부 짓지 않는 논리적인 열정에 감동받았습니다. “삶은 늘 영원한 도입부다.”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저물어가는 태양이 아니라 매일 아침 다시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지침서 같은 문장도 있습니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와서
누구인지 모를 자로서 살며
언제인지 모를 때 죽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가는데도
나 이토록 즐거우니 놀랍지 않은가.”

-마르티누스 폰 비버라흐 (16세기 독일의 성직자)

우리는 시간 속에 머물되 고정 거주지는 없는 노숙자들이라고 했습니다. 나이는 같아도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겠죠. 나이라는 형식에 매몰되지 않고 여기저기 날개가 달린 새처럼 될 수 있는 것은 불가능이 아니라 ‘자유’입니다.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플라톤의 <국가>는 “노인들이 흙에서 나와 생을 역순으로 살다가” 신생아의 상태로 돌아갔으리라고 상상합니다. 그는 어린 시절을 생의 끝, 오랜 여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보았습니다. 시작은 끝이고, 끝이 시작입니다. 끝이라고 생각할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이 책과 함께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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