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갔을 때 후쿠오카에서 야후돔을 보면서 손정의님을 알게 되었었다.
"저 야후돔이 손정의씨가 구단주로 있는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입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가이드의 설명. 일본 1위의 부자. 일본의 빌 게이츠라는 등등의 설명.
그리고 내 머릿속에 기억된 '손정의'라는 이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그의 이름을 검색해 봤으나 그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미할때였는지 몰라도 그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많지가 않았었다.
내가 손정의씨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소프트뱅크를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운 위대한 CEO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가 일본에서 거대한 사업을 하면서도 자신의 한국이름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내가 '손씨'를 고집한 건 꼭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건 내 "자존의 문제'였다. 20년 넘게 '손정의'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단지 내 신체가 속한 국가가 일본이라는 이유만으로 왜 바꿔야 하는가.(P.31)
그가 스스로 말하고있듯 그에게는 민족적 정체성이 없다. 한국에서 편하게 잘 살고 있는 우리는 잘 모르지만 재일교포이면서도 일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이 꽤나 많다. 극도로 민족적인 차별을 하는 일본인들때문에 그들은 어쩔수 없이 자신이 한국인임을 숨기고 산다. 극진가라데의 창시자 최배달, 이 역시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는 오야마 마스다츠로 알려져 있다. 또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빠징코 시장에는 한국계의 큰손들이 꽤나 많다. 한국인들에게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수 있는 길이 열려있지 않기에 사회뒷편의 시장으로 몰려들어 큰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민족적인 차별을 이겨내고 합법적인 IT사업으로 일본 제 1위의 부자가 된 손정의. 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다가 사그라들 무렵 이 책을 만나게 된것이다.
어릴적 극심한 민족적 차별속에 철도변 판자집에서 자란 손정의. 무엇보다 지금의 그를 만들어 낸건 그의 아버지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공부도 잘했던 손정의지만 아버지의 열성적인 교육열 덕에 명문고등학교에 입학까지 하지만 손정의는 미국유학의 길을 선택하고 학교에 자퇴서를 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많은 반대. 하지만 손정의는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담판을 짓는다.
"곤란이 닥치면 좌절하고 마음이 흔들릴 텐데, 그 때 돌아올 곳이 있으면 바로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퇴로를 끊지 않고 어찌 고난에 맞설 수 있겠습니까?" (P.28)
요즘 나약하고 썩어빠진 생각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내가 외치고 싶은 말이다. 단지 부모라는 우산속에 기대어 부족한것 없이 편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손정의씨의 이런 정신을 배웠으면 좋겠다.
이게 정말 갓 고등학교에 들어간 손정의씨가 한 말이라면 그가 이런 생각했을때부터 크게 될거라고 누구든 생각할것이다. 어떤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퇴서를 내고 교장선생님까지 찾아가 저렇게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자신의 포부를 밝힐 것인가.
이후 미국에 건너가 수많은 도전과 모험을 통해 다양한 업적을 통해 지금의 소프트뱅크를 창업하고 야후의 대주주가 되기까지의 고난과 역경을 그리고 있다. 작년 일본쓰나미 참사이후 100억엔을 기부한다고 해서 다시 한번 이슈가 되었던 손정의님.
나에게 그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맨손으로 지금을 일구어 냈다는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억하라. 그가 100억엔을 빨리 안낸다고 일본의 극우신문들이 극성을 떨며 그와 소프트뱅크를 폄하하고 비난했던 것을...그는 기업과의 경쟁만이 아닌 일본의 민족적 차별과도 싸우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