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우주 최강 울보쟁이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Friends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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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우리 아버지는 자상하시고 너그러운 분이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은 그다지 많지 않다. 분명히 장난감도 사주고 게임기도 사주고, 놀러가기도 많이 한것 같은데...아버지가 나와 놀아주었던 기억은 별로 없다. 방관인지 무관심인지 대학졸업이후에도 계속되었던 아버지와의 알수 없었던 거리감.

곰곰히 생각해보니 학업이외의 일로 아버지와 맞딱드린적은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버지와의 교감이 단절된 채 성장한 탓일까?

지금도 아버지와 단둘이 식사를 할때면  친근함보다 어색함이 먼저 밀려오는것이 사실이다. 아버지의 몇몇 제자들이 내 친구이기도 한 상황에서 밖에서는 입밖에 꺼내지 못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나의 감정은 아직도 애증관계라고 할수 있다. 밉지만 나를 낳아주신 분이기에, 내가 사회에 정착할때까지 나를 키워주시고 뒷바라지 해주신분이기에, 또 가족이기 때문에 평생을 같은 울타리 안에서 보내야 하는 아버지.

 

이 책을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물트럭의 짐꾼으로 일하는 야스. 그는 아내 미사코의 임신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곧 미사코는 그의 아들 아키라를 낳는다. 세명의 가족이 된 야스가족.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는가 했지만 화물이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미사코는 아들 아키라의 목숨을 구하고 자신이 죽게 된다.

어릴적 원폭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란 미사코. 왜 또 그녀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가슴이 지렸다.

 

둘이 되어버린 가족. 야스는 혼자의 힘으로 우직하게 아키라를 키워나간다. 어머니가 없다는 우려속에 야스는 아들 아키라에게 무한한 애정을 베풀면서 꾿꾿하게 잘 키워나간다.

 어머니의 공백에 비하면 그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테지만 다행히도 야스에게는 어릴적 부터 친구인 죽마고우 쇼운스님이 있고 야스를 어릴적 부터 키워준 누님 다에코도 있다. 그리고 야스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가이운 스님도 있으니, 이정도면 아키라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세명이나 있는 셈이다. 대학진학의 상경문제로 가출을 했을때도 쇼운의 집이라는 잘곳이 있으니, 문제 될게 없어보이는...작가의 안전장치.

자신을 대신해 죽은 어머니의 혼백이 편안하게 쉴수 있도록 공부도 잘하고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자라나는 아키라

 

재혼의 기회가 있었지만 재혼으로 인하여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아키라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재혼을 포기하는 야스, 후에 그의아버지에게 찾아가 자신을 낳아주신 아버지에게 감사의 표현을 한다. 아버지가 없었으면 자기역시 존재하지 않았기에, 또 그의 아들 아키라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까지 하는 아키라. 다 큰 자식을 떠나 보내는 야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속은 한없이 부드러웠던 야스, 술만 먹으면 뚝뚝 눈물을 흘리던 야스. 겉으로는 강하고 엄해보이지만 속은 한없이 약한 것이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아닐런지...

 

문득 이 책을 읽고 보니 우리 아버지의 넓은 어깨가 작아진 느낌이 든다. 우리 형제를 키우느라 얼마나 많은 세상의 풍파를 이겨내셨을지 야스를 통해 한번 경험했다고나 할까.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봐야 안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버지가 어떤 심정으로 나를 키우셨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이야기 할수 있을런지...이 한권의 책으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변할리는 없겠지만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나를 지켜보며 키우셨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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