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냉전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나에게 - 물론 어린 시절을 냉전체제에서 보내긴 했다만  나만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없을때이므로 제외하고 - 사회주의 사상이란 나에게 무언가 막연한 동경심을 일으키는 체제중의 하나였다. 초 강대국인 미국에게 맞선던 소련, 그리고 동부유럽, 가까이에는 같은민족이지만 이데올로기적 대립으로 남북으로 갈려져 있는 북한 그리고 중국이 있었다. 이들 국가의 체제는 사회주의 사상이었고 이 사상을 만들어낸 사람이 마르크스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르크스를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다.

 

서평이벤트를 시작한 이래 최대의 난관에 봉착한듯 했다. 책을 완독했지만 머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듯한 느낌. 과연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쓸 것인가?

직접 구매해서 본 책이라면 "아~ 어려워" 하며 침대위에 던져 놓고 나중에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 꺼내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을만한 책이건만 서평의무로 인해 그럴수도 없었다.

 

...애초에 써 놓은 원고는 이 책의 두 배가 넘는 분량이었다. 그러나 <홈 유니버시티 라이브러리(역주: 현재의 옥스포드 대학)편집자들의 엄격한 요구로,철학적,경제학적,사회학적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빼버리고 대신에 주로 지적전기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p.408.저자의 서문중에서)

 

두배가 넘는 분량었다니!! 더군다나 철학적,경제학적 이야기들을 대부분 뺏다고?? 만약 편집없이 출간된 책을 읽어야 했다면 난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마르크스의 삶보다는 그의 지적성장과정에 영향을 준 사상과 철학들로 주로 구성되어있다. 그만큼 수많은 철학자들의 사상과 마르크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생소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서문을 보면 주로 1950년대에서 80년까지 몇번의 개정이 이루어져 있는데 당시 냉전이 격화되는 상황에 맞추어서 그의 사상에 좀 더 프레임을 맞추고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일거라 생각된다. 

 

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한 지금 마르크스의 사상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그의 사상이 나온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9세기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 마르크스가 살았던 19세기의 유럽은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던 자유방임주의 시대였다.독점이 인정되고, 수많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잡아먹는 시대,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빵 한개로 끼니를 때우며 밤낮으로 탄광과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시대였다.

 

망명 생활 중 빈곤함으로 자식들을 잃으면서까지 자신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확신으로 당대의 천박하고 냉소적인 사회에 맞섰던 칼 마르크스. 그의 시대 사상적으로 경쟁에 섰던 다른 사상가들과의 대립과 갈등이 긴박감을 자아내며, 칼 마르크스와 함께 그의 사상과 철학의 유일한 동반자이며 영원한 친구로 남은 엥겔스와의 우정도 눈여겨 볼 내용이었다.

 

사실 이 리뷰는 불완전하다. 리뷰란 내가 이 책을 완전히 소화해 이해하고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쓰는데 있다고 본다. 대학교때 과제물로 어쩔수 없이 써내야 했던 수많은 리포트들. 이 책의 리뷰를 쓸때 마치 그런 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 최근 <헬렌 켈러 A-Life>를 읽고 굉장히 흡족한 마음에 기대감을 안고 본 <칼 마르크스>.최고의 전기작가라는 출판사의 말을 불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내가 읽기에는 좀 어려웠던 것 같다.

그의 삶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그의 사상이 형성된 배경을 쉽게 알고자 본 책이지만, 내 기대를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그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설명해 나가므로 당시의 사상과 철학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수 있는 책일 것이다.하지만 헤겔 그리고 수많은 철학자들의 사상, 역사학적 유물론,그리고 그의 위대한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까지, 이 모든것을 기반지식으로 알고 있지 않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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