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지는 마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3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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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달이 응달 집에 어울리는 삶의 방식은 근근이 사는 것이다. 많아서 넘치지도, 모자라서 초라하지도 않게, 가까스로 겨우, 부족하지만 그 결핍이 슬픔이 되지 않도록 둘이서 다정하게. 온점은 그 다정함이 쌓여서 다복이 된다고 하는데, 다정을 잃으면 다 잃는 거라며 자잘한 다정으로 탄탄하게 다복을 쌓아가자고 말한다.

그 통증과 회복의 시간동안 나는 나대로 책상에 앉을 만한 컨디션을 되찾는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웠다. 그러니 어쩌겠나, 기쁨은 찰나이고 그 기쁨을 통과한 몸은 나날이 자신의 한계를 거친 소리로 증명하는데. 그래도 그 한계 역시 우리가 가진 삶의 조건이고 둘레여서, 우리는 그 몸의 경계로 서로를 끌어안는다.

돌멩이가 가라앉을 시간.
감정이나 글이나, 나에게는 그것들이 내 안을 휘젓고 가는 일정한 주기가 있다. 한복판에 있을 때는 그 들뜬 에너지가 무한히 상승할 것 같아도 시간이 흐르면 강에 던진 돌처럼 가라앉기 마련이다. 나는 시간이 주는 그 안전한 거리감을 좋아했다. 감당하기 힘든 마음에 휩싸일 땐 혼자만의 반추와 되새김이라는 구명조끼로 몸통을 꽉 조인 채 그것이 무사히 지나가길 기다렸다.
잘 가라앉길, 물살에 갈리고 깎여 모서리가 둥글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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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의미가 궁금했던 작가님의 필명 ‘김멜라’.
에세이 마지막 챕터에 이르면 ‘나의 유일한 안식처’라고 설명되는 연인 온점(.)의 입말에서 나와 탄생된 필명의 의미가 나온다. 연인을 유일한 안식처라고 쓴 문장에 스며있는 온기에 이끌려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눈으로 읽었다. 나는 남편에게, 남편은 나에게 안식처가 되어 주고 있을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다정한 온도가 책의 작은 구석까지 담겨있어 읽는 동안 마음이 편안했다. 아이의 방학이 시작되고 바빠진 일상이지만, 잠들기 전 문뜩 공허해진 하루를 채워 줄 수 있는 감정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글들이었다. 어김없이 책으로 위로 받는다.
벌써 1월은 4일째가 되었구나.
마음이 멜라지는 날, “괜찮아, 멜라져도 돼.”라고 말해주는 글들을 다시, 자주, 느리게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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