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렌 지음, 박정훈 옮김 / 안그라픽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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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나 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볼 때, 또는 음악을 접하게 될 때 어떠한 관점과 생각으로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는지 작가의 머리속이 궁금해 질 때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야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예술가 8인을 선정해 그들의 스토리와 작품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작은 판형에 재생지를 활용하여 매우 가벼운 이 책은 작가와 스몰토크를 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흐름에 맞춰 그에 대한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술가와 그 외 다양 한 이들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보여주는 페이지가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작가의 생각에 자칫 몰입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보완해 주고 있었다.


책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책의 틀을 깨는 한가지 특징이 있는데, 바로 '작품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왜 모든 사진을 없애고 책을 출판했는지에 대한 고민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보며 그 의도를 두 가지의 이유로 정리하였다. 

첫째, 이미지가 없다보니 글을 통해 작품을 상상하게 되는데, 한 챕터를 다 읽고나면 그 작품의 모습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게 된다.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해당 작품을 검색하게 되었다. 이는 해당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도록 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둘째, 예술의 영역은 미술과 조형의 영역 외에도 시와 문학, 음악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리를 매체로 예술 활동을 한 존 케이지와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존.F.케네디 대통령의 스토리를 통해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다.


내게 가장 와 닿은 이야기는 존 케이지의 일화였다. 그는 인간의 인지할 수 있는 감각요소가 가장 마지막으로 남는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의도적으로 소리의 부재를 소재로 활용한 <4분 33초>라는 곡을 만들었다. 이 곡은 1952년 비 오는 어느 여름에 초연되었는데, 그 모든 시간 벌어지는 자연의 현상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로 곡을 완성하였다. 이는 소리의 부재를 통해 듣지 못했던 소리를 인지하고 집중하게 되는 과정을 예술의 관점에서 풀어나간 사례이다.

 출근길 지나가는 나만의 힐링길이 있다. 회사에서 길만 건너면 갈 수 있는 숲길인데, 이 곳에 들어서는 지점에서 노래를 끄고 창문을 열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차의 엔진소리가 들려온다. 이러한 소리의 모음은 내게 마음의 안정과 일상에서 듣기 어려웠던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소리의 부재는 이렇듯 여유로운 마음과 일상에서 듣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집중하게 해 준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예술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예술가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준다. 그 방법 중 하나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나또한 예술가의 관점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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