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신
오승민 지음 / 만만한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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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신(오승민 그림책/만만한 책방)은 동물실험을 주제로 한 그림책입니다. 그러면서도 꼬리끝의 성장과 모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꼬리끝의 시선에서 본 이야기는 참혹하기도 하고, 희망에 차 오르기도 합니다. 양가감정이 불쑥불쑥 올라와서 조금은 호흡을 길게 내쉬면서 그림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동물실험, 여전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던 저의 안일함, 생명의 경중의 잣대는 누가 과연 잴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휘몰아치게 됩니다. 읽으면서 편안함 보다는 조마조마함과 당혹스러움, 충격적 장면들이 불편하면서도 늦게 알아서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네요. 그러면 [붉은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붉은신]의 책표지를 보면 경이로운 눈빛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한 존재가 보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까지는 정확하게 어떤 동물일지 몰랐지만 그 눈빛이 강렬해서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어릴 적 불꽃놀이를 보았을 때에 저절로 나오는 환호성처럼 기대하지 않았는데 보여지는 환상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앞면지는 푸른 하늘로 연상되고, 뒷면지는 노을이 지고 나서 보랏빛과 붉은빛이 오묘하게 남은 하늘이 연상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붉은신]의 주인공 꼬리끝의 마음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무지개 끝에 하얀 배가 있다네.

병들고 아픈 동물을 기다리네.

거기에 생명을 살리는 신이 있다네.

죽음에서 삶으로 돌려보내 주는 

붉은신이 있다네.

 


 

할아비 쥐가 노래하는 것을 들은 꼬리끝은 하얀 배를 찾아먼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아픔이 심해지는 꼬리끝은 할아비 쥐가 말한 붉은신을 만나야 합니다. 다른 형제들은 할아비 쥐에게서 기분 나쁜 냄새가 난다고 말하고 싫어하였고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꼬리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할아비 쥐의 노래를 귀담아 들었다가 붉은신을 찾아가는 꼬리끝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붉은신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 오는 공포와 살고 싶다는 욕망이 함께 꼬리끝을 움직이게 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할아비 쥐가 노래했던 노래 속 하얀 배로 추정되는 건물이 나타납니다. 그 곳에서는 숲 속 동물들이 제일 두려워 하는 두 발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피해 들어간 곳에는 토끼들이 머리만 나와 있는 곳이었습니다. "약 때문에 내가 매일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라고 말하며 울고 있는 토끼를 보며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슬퍼졌다고 합니다. 매일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이란 것은 상상하기도 싫지만 토끼의 무기력하면서도 애달픈 마음이 잘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붉은신]을 읽고 난 후에 더 알아보고 싶어지는 것은 실험동물들에 대한 것과 동물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아는만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더 알아보고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실제로 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는 것에서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하게 만드는 [붉은신]이었습니다. 매년 4월 24일은 세계실험동물의 날이라고 합니다. 실험을 통해 죽어 간 수 많은 동물들을 잠시나마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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