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타인과 소통하며 혼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디어는 우리 삶과 깊이 관련돼 있는 것은 물론 삶의 양식 자체를 바꾸었기에("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다") 더 이상 미디어 없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생활을 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미디어에 의지하는 것을 넘어 의존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남 얘기가 아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밀려 몇 시간을 허비하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미지에 이상할 정도로 치중하고 있었다는 걸 퍼뜩 깨닫고 자괴해도, 문명의 집약체라는 스마트폰을 잠시 노려보다가 다음날이면 다시 멍한 얼굴로 돌아와 미디어가 재현한 세상 속을 떠돌곤 했다. 그렇게 나는 나로부터, 나의 현실로부터 멀어졌고 주체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미디어와 연결돼 있었던 걸 생각하면 '잊어버린' 게 아니라 아예 배우지 못한 것도 같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문제의식이 강하지 않았다. 근거는 어리석게도 '다들 나처럼 사니까' 였다. 그런데 복작거리기로 유명한 서울 지하철에 타서 꽤 오랜 시간 타인들과 어깨를 맞대고 같은 공간에 있으며 알아차렸다. 미디어 특히 스마트폰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가만히 눈을 감거나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 일행과 눈을 맞추고 조곤조곤 대화하는 사람이 정말 드물더라. 내 앞에 앉아 있는 한 줄 두 줄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느라 정작 나는 폰을 내려놓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늘 꽂고 있던 이어폰도 빼고 가만히 눈을 감는 순간도 많아졌다. 한 번 어떤 계기로든 거리를 두게 되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이질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막연한 느낌을 품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10대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었지만 성인이 되었음에도 주체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나이기에 분명 도움이 되리라, 오히려 눈높이에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민망한 상상이지만 나중에 교사가 돼서 학생들과 미디어를 주제로 얘기하거나 공부할 때도 유익하지 않을까 싶었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