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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 결혼도 출산도 아닌 새로운 가족의 탄생
백지선 지음 / 또다른우주 / 2022년 2월
평점 :
1) 간단 서평
서문만 읽고 울었다. 비혼 입양 가정을 이루고 싶은 게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워하는 삶을 당연히, 자연스레, 너무도 부드럽고 따뜻하고 단단하게 이루며 살아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사랑스럽다. 나도 진정 내가 원하는 가정을 이뤄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이 책은 그런 희망과 용기를 준다. 너무나 담백하고 재치 있는 방식으로.
2) Detail;
연애 욕구도 결혼 생각도 없었던 몇 해 전 나는 멍한 마음으로 밤 공원을 거닐다 문득 나의 딸을 생각했다. 상상력이 모자라 얼굴도 이름도 흐릿했지만 딸이 있으면 참 좋겠다, 내 세계를 부수고 들어와 기꺼이 자기 세계를 내어줄 그런 존재와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 존재라면 기꺼이 함께 살고 싶다 생각했다. 웃기지만 상상만으로도 명치 부근에 뜨뜻한 온기가 번져올라서, 그 느낌이 기묘하게 벅차서 조금 울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상상하는 데서 그친 것을 현실로 만든 사람("엄마")이 있다. 심지어 그가 책을 썼다. 불특정 다수를 가정하고 썼겠지만, 아니 어쩌면 당신이 사랑하는 딸들을 위해 썼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나는 노트북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처럼 홀려버렸다. 왜 홀렸다고까지 표현하냐면, 기묘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이 책은 나를 위한 책이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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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출산도 아닌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란 부제목이 시원했다. 인생이란 어찌 흘러갈 지 알 수 없는 것. 지금은 결혼이고 출산이고 생각 없는 내가 나중에 그것들을 경험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사회가 당연함, 자연스러움의 범주에 넣기를 희한할 정도로 꺼려하는 (그러나 실은 당연하며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임을 시원스레 밝히는 소개글이 반갑고 반가웠다.
이 책을 처음 펼쳐든 건 타지로 향하는 버스 사이 1시간 정도 시간이 들떴을 때, 즉 적잖은 사람들이 앞뒤옆을 오가는 버스터미널에서였는데 서문밖에 안 읽었으면서 주책 맞게 눈물을 훔쳐냈더랬다. 언어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 때문이었다. 잊은 듯하면 밀려오고 극복한 듯하면 무너뜨리는 불안에 지쳐 '그래, 인간은 원래 혼자고 외로운 거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심지어 모든 인간이 그럴 것이고 그래야 한다고까지 단언하며 마음을 어르고 달래기 급급했었는데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며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저자는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처럼, 물 위에 떠다니는 부평초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연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지 않아도 내가 꿈꾸는 존재를 만나, 아니 그와 함께 살 수 있다고 했다. 미련으로 가득한 과거도 불안하기 그지없는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현재)를 그런 존재들(심지어 '들!')과 함께 살고 있는 저자가 진심으로 부러웠다.
독자인 내가 감히 이야기하는 바 저자는 자신이 진정 바라는, 그러나 남들이 선뜻 가기를 저어하는 길을 한 발짝 한 발짝 당당히 걸어간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 대단함보다 더 눈에 마음에 와닿은 것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더 바람직한지, 무엇이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지를 고민하고 행동에 옮긴 저자의 치열함과 행동력이었다. 그래서, 바로 그 점 때문에 저자가 특별히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걸 잊지 않을 수 있었다.
비혼도, 입양도, 성적과 성과를 중시하는 공부를 중시하지 않는 부모도, 실은 대단하지 않다. 대단하지 않은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 책은 내게 일깨워준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거다. 남들과 달리 사는 것, 그렇게 살며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것이 힘 '빡' 주고 세상에 '저항'해야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니란 거. 치열하게 상상하고 적극적으로 그 상상을 현실로 옮기려 노력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나도 저자와 같은, 아니 세상 누구와도 같지 않은 나만의 안정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그것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할 누군가와 함께. 평생 동안 충만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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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도서를 증정 받아 쓰였으나
가감 없는 개인적 경험 및 감상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