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인생을 위한 프로젝트 - 책과 함께 성장한 우리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백란현 지음 / 더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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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2년 3월의 마지막날, 공식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이게 맞나?' 하는 마음으로 임용고시 공부에 일단 발을 담궜으나 고등학교 선생님의 취직 제안을 받자마자 맞지 않는 옷 같았던 임고생 신분을 던져버렸다. '일이랑 공부? 까짓것 병행하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이었으나 정작 해보니 이거 정말 만만치가 않다(먼저 이 길을 가봤던 수많은 인생 선배들이 만류했듯...). 나름 성실하고 부지런한 편이라 자부했는데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잡아채려 하다 보니 무엇도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해 나날이 지쳐갔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솔직히 이 책조차 나는 1년간 일할 직장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신청했다. 짧게나마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떠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고작 1년, 머잖아 잊힐 나의 이름 석 자 대신 책을 읽어봤고 좋아해봤던 찰나의 순간, 몇 번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어서. 그런데 희한하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아이들보다 나를 훨씬 많이 생각했다. 내 마음 주머니 속 어찌할 나위 없이 담겨 있던 허전함, 헛헛함, 외로움을 발견했고 그것들을 달래어 보낼 수 있었던 과거 나의 '책 읽고 쓰는 습관'이 그리웠다. 다시 그 습관을 갖고 싶었다. 나도 읽고 쓰는 삶,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졌다.


저자 백란현 선생님은 '선생님'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막막하고 막대한 도서관 업무를 맡게 된다. 교직에 있어 본 적도 없고 저자가 지난 과거를 묘사한 글을 읽었을 뿐인데도 눈앞이 아득했다. 얼마나 막막하고 버거웠을까. 오죽했으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가 나서 몸이 아프지 않는 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라는 표현을 썼을까. 나의 어머니께서도 몸이 열 개라도 바빴을 시절 '지나가는 차에 몸을 던지면 일은 안 해도 될 텐데.'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신 적 있어 그 고됨이 더 와닿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그 업무를 시작으로 저자는 독서와 독서교육에 대해 관심, 책임감, 보람, 목표의식 등을 갖게 되었고 그 일을 비롯, 고되고 외로웠던 모든 경험은 손수 일궈낸 소중한 자산이 되어 저자를 보다 단단하고 다채롭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회 초년생이었던 그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내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왠지 모를 위로, 아니 위안이 됐다. 뿌리가 땅에 자리잡기 전 무엇을 위해 자라는지도 모르고 그저 뻗어나가기 위해 애썼던 새싹이 조금씩 자라나 어느새 다른 작은 새싹들을 보듬고 지키는 든든한 나무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달까. 나도 지난한 오늘들을 살아내다 보면 어느새 그런 나무가 되어 있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어쨌든, 저자는 생의 고됨을 책을 읽으며 승화시켰고 나 또한 감사하게도 그와 같은 경험을 갖고 있다. 게다가 세부 분야는 다르지만 어쨌든 나도 교육자로서 누군가들과 함께하길 꿈꾸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저자의 경험담과 조언이 내게 그닥 신선하고 새롭지는 않았지만 머리로 알고만 있던 것을 몸으로 실천하게끔 슬슬 떠밀어주는 듯해 고마웠다. 실제로 이 책을 완독하고 난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새벽 나는 겨우 생긴 동기가 사라질 새라 '하루 10분 독서'를 기록하고 인증할 모임을 '후다닥!' 만들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간 서점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은 도서관서 빌려 읽는 것보다 슥슥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고 싶다.'라는 충동으로 샀지만 액자처럼 방구석에 진열돼 있던 책을 가방에 넣어 직장에 왔다.

얼레, "조금 다른 인생을 위한 프로젝트" 어렵지 않네. 인생이 술술 풀리는 것 같은 기분, 생각보다 쉽게 내 거할 수 있네.

내 독서 습관을 만드는 방법과 아이들의 독서 근육을 길러주는 원리가 별반 다른 것도 아니었다. 모두 읽기, 날마다 읽기, 좋아하는 책을 읽기, 그냥 읽기만 하기. 특히 중요한 건 '날마다 읽기.' 교사가 아닌 복지사로서 직장에 있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기획하고 진행했던 정도의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실시하긴 어렵겠지만 위 원칙을 비롯, 저자가 독서교육에 대해 여러모로 가르쳐준 꿀팁들을 활용해 아이들과 책을 매개로 즐거운 대화를 꼭 해보리라.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시도하다 조금 지쳤을 뿐 아이들 앞에 옆에 선생님으로서 서는 것에 나는 전혀 자신 없거나 능력이 부족하거나 못하지 않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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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책도 인생도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근래에는 모든 걸 겪어보고 싶은 마음에 떠밀리고 지쳐 정작 무엇도 해보지 않고 늘어져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고, 이 책을 계기(기회)로 나는 나를 다시금 걷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내 눈과 손에 책을,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갖가지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쥐어줄 요량이다. 몸과 마음의 근육을 골고루 길러 혼자서도 함께도 잘 걷고 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자의 말대로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스펀지 같은 아이들은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나를 보고 따라하고 배울지도 모른다. 수채화 물감의 번짐처럼, 스며듦처럼.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데 적어도 살아 있을 땐 내 이름 대신 다른 걸, 그것보다 조금 더 나은 ( )를 남겨주는 사람이고 싶다. 저자 백란현 선생님은 그 자리에 '읽고 쓰는 삶'을 써넣으셨고, 그 쪽지를 받은 나는 아직 고민 중이다. 더 많이 겪어내고 살아내며 나도 내 답을 써낼 것이다. 읽고 쓰는 삶을 살고 계시며 학생, 동료 교사, 학부모 그리고 나를 비롯한 독자들로 하여금 읽고 쓰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시는 백작(白作) 백란현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포스팅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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