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맨 처음엔 책 표지에 등장하는 몇 가닥 안 되는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옆으로 빗어 넘긴 남자의 모습을 보고 익살스러운 이야기인 줄 만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웃음보다는 사람들 속에 숨어있는 죄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 짐을 느끼게 하였다.

이야기는 시설에 갖혀있던 두 친구 시봉과 내가 시설의 반장으로 임명되면서 시작된다. 그들의 역할은 환자들의 사과를 대신하면 복지사들의 벌을 대신 받아주는 것이다.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무조건 적인 사과를 통해 환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인식하게 되고 결국 그러한 것들은 죽음이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시설의 기둥으로서 그들은 결국 시설을 붕괴시키고 사회로 나오게 된다. 그들은 사회에 나와서 그들의 장기인 사과 잘하는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주변사람의 관계와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세상엔 죄를 갖고 있는 사람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사과할 일도 많다. 시봉과 나는 의뢰인의 사과를 대신해주면서 그들이 감추고 있는 은밀한 죄, 죄의식과 마주치게 되면서 자신들에게 감춰진 또 다른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소위 루저라고 부르는 인물들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와 아이러니 한 인생에 대해 날카롭고 감각적인 풍자와 익살로 풀어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