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박단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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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 수립 이후 가장 길었다는 연휴가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연휴를 활용해서 해외여행을 즐기고 싶어 했고 아니나 다를까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출국인원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렇게 긴 연휴를 이용해서 휴양지나 관광지로 떠나면 참으로 좋으련만, 여러 이유 때문에 비행기에 오르지 못해 뉴스를 보면서 아쉬움을 삼킨 이들도 분명 많으리라 본다. 특히 평소에는 장기간 휴가를 내서 다녀오기가 어려운 유럽 여행을 가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번 연휴가 무척 야속했을 것이다.

, 유럽 여행이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지금도 프랑스가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꾸준히 손꼽힌다는 사실. 201511월에 파리 테러도 있었고 요즘에도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하고 있어 가기가 망설여질 법도 하지만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을 비롯한 다양한 볼거리, 맛있는 음식, 거기에다 프랑스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가 아직까지 많은 관광객들을 향해 손짓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새로운 생활정보 등의 다양한 내용을 담은 여행서적들이 수시로 발간되어 예전에 비해 프랑스 여행을 꿈꾸는 분들이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여행서적에 담겨 있는 내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프랑스 사회가 지니고 있는 여러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아직도 끊임없이 발품을 팔며 인터넷 검색이나 관련서적, 혹은 신문기사나 뉴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추려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창비의 전방위 세계 읽기 프로젝트 시리즈 중의 하나로 기획된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의 출간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책을 빠르게 살펴보니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프랑스를 이해하고 가까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 쉽게 쓰였다. 하지만 깊이 있는 내용 역시 담고 있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를 빠르게 훑어보기만 해도 아주 쉽게 쓰였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일반 대중들이 보다 쉽게 프랑스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교양 제공의 목적으로 쉽게 프랑스 문화와 사회를 알려주고자 하는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만약 쉬운 내용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까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프랑스 관련 서적 중 하나가 되었을 위험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그 전에 자세히 보지 않았거나 알지 못했던 프랑스의 모습까지 담고 있어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일어난 여러 테러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언론 보도와는 달리 프랑스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북아프리카(마그레브) 출신 이민자에 대한 차별에 그 무게를 두고 있는 대목은 사람들에게 테러에 외부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프랑스 관련 전공자나 지역 축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역사 테마파크 퓌뒤푸(Puy du Fou)와 여기서 공연되는 방데 지역의 역사적 비극에 바탕을 둔 야간 야외극 시네세니(Cinéscénie)에 대한 내용도 소개하는 등 국내에서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들도 다루고 있어 프랑스를 깊이 이해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2) 프랑스의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한 지식을 제공한다

동거정부라는 용어를 통해 알려진 이원집정부제와 대통령 선거에서의 결선투표제, 그리고 복지국가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정치, 경제 이슈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비교 대상 국가가 바로 프랑스다. 그럼에도 일반 대중들이 위의 내용들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매우 부족하다. 당장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 홈페이지에만 들어가서 프랑스 정치’, 혹은 프랑스 경제를 검색어로 입력한 뒤 클릭만 해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다행히 관련서적을 찾았더라도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쓰인 책이 상당수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프랑스의 정치, 경제에 대한 정보에 심한 갈증을 느낀 독자들이라면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에서 다루고 있는 정치와 경제 관련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단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제4공화국과 제5공화국,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까지의 프랑스 정치사가 간단히 다뤄지고 있으며 결선투표제로 대표되는 프랑스 선거제도의 특징과 주요 정당에 대한 정보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 진출하며 점점 그 세력을 넓히고 있는 *국민전선(FN. Front National)에 대한 내용 역시 확인할 수 있기에 프랑스 정치를 개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프랑스 경제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도 반갑다. 프랑스가 유럽 내에서 독일에 이은 최강대국이고, 세계적으로도 아직 주요한 경제강국으로 꼽히는 나라임에도 우리는 프랑스의 주요 산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랑제콜 중심의 엘리트 교육이 자연스럽게 항공우주산업, 군수산업 등에서의 경쟁력 확보로 연결된다는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에서 경제 관련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가 단순히 문화예술’, 그리고 인권의 나라로 알고 있는 프랑스가 사실은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밑바탕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된다.

 

3) 2017지금다룰 수 있는 프랑스의 새로운 정보들을 알 수 있다

만약 프랑스의 지방 행정 제도에 관심이 있어 어떻게 국토가 나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사전의 도판을 본다면, 아마 잘못된 내용으로 배우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201611일부터 프랑스의 지방 행정 구역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우리말도 된 자료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매우 반갑게도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에 새로운 프랑스의 행정 구역을 우리말로 볼 수 있다.

위의 예는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2017년 지금 구할 수 있는 최신의 정보들을 많이 담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하나의 사례다. 이외에도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과거와는 다른 국민전선 지지자들의 인터뷰 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노력을 기울인 노동법 개정 움직임 등 현재 프랑스에서 뜨거운 화두로 자리 잡은 내용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는 프랑스에 대한 관심이 생겨 관련된 내용들을 살펴보기 시작한 분들에게는 지금의 프랑스를 알 수 있는 기회를, 프랑스에 관심이 있어 예전에 다른 책으로 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한 분들에게는 예전의 프랑스가 지금과 무엇이 다른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를 읽으면서 프랑스에 관련된 정보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한 저자의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라이시테(Laïcité)라는 용어는 프랑스 전공자들에게는 전혀 생소하지 않지만 막상 일반인에게 말로 풀어서 설명하려고 하면 꽤 까다로운 개념 중 하나다. 라이시테의 정확한 의미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먼저 라이시테를 우리말로 보통 어떻게 번역하는지를 참고삼아 언급한 다음 라이시테가 확립된 역사적 배경이나 그 특징을 말하면서 라이시테라는 말을 원어 그대로 써야 하는 이유를 읽는 이가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원어의 의미를 왜곡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독자들에게 생소한 용어를 무조건 암기하기를 강요하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서학의 전래서부터 최근의 파리 국제대학촌 내의 한국관 건립까지의 한불 관계에 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에서 거둘 수 있는 중요한 소득 중 하나다.

왜 다른 나라, 그것도 프랑스를 알아야 할까? 여러 생각이 있겠지만 프랑스 사회를 연구함으로써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랑스라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그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까지 살펴보는 학문적 태도가 필요하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는 그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제 테세우스의 손에 들려 있는 실타래처럼 이 책과 함께 불가분의 공화국이면서 여러 얼굴을 하고 있는 프랑스라는 세계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책상에서 말이다.

 

*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에서는 국민전선이라는 용어 대신 민족전선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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