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샀던 책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너지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을 타이거즈가 이글즈에게 지는 것을 보는 틈틈이 마무리했다.
뻔한 스토리인데도 아주 재밌게 읽었다. 분량도 길지 않고 이야기 전개도 전혀 어려운 부분이 없다.
그런데 무엇이 이 책을 250만부라는 경이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을까. (한국에선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소설 곳곳에 나오는 '피터 드러커'의 주옥같은 문장들은 상당한 감초역할을 한다.
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아마 잠시간의 '마약' 역할은 할 듯 하다.
희망이라곤 없던 꼴찌 야구팀이 드러커의 이론을 적용해 하나둘 개선되다 마침내 고시엔에 나가는 것처럼.
나도 내 인생을 제대로 매니지할 수 있겠다는.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마케팅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준다.
물론 며칠만 지나면 이 자신감도 이 소설의 감동도 사르르 잊혀지겠지.
그렇지만 몇시간 뒤면 배가 꺼져 또 배가 고파올꺼라 해서 .밥을 먹지 않을 수 없듯이.
우리의 그 희망이라는 것도 얼마 안지나 깨어날 줄 알면서도 또 들이키는 마약일지도 모른다.
그것없이 살 수 없는. 그러나 부작용은 심하지 않은 마약.
때문에 이런 뻔한 자기계발서 또는 소설을 빙자한 자기계발서의 존재의미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그리고 굳이 피터 드러커나 자기계발의 영감을 받지 않는다하더라도
이 책은 훌륭한 야구 소설이다.
보내기번트가 정말 불필요한 건지는 아마 계속 논쟁거리가 될 듯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