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 지혜와 평온으로 가는 길
혜민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혜민스님의 책을 읽은 건 정말 잘한 일같다.
새해를 앞두고 미꾸라지들에게
소금 한사발 떠서 퍼부어버렸더니
(자고로 개미 한마리도 살생하면 안되는 법.
살얼음 걷듯 조심조심 걸어다녀도 모자란 판국에
미꾸리들에게 소금칠을 했으니)
그 아픔을 보고있자니 나도 딱히 기분이 좋아지질않더라.

먹을라는 미꾸리였으면 그러고 먹어주면 그만인 것을
먹지도 않을 거에 내가 화난다고 뿌린 소금인지라,
미꾸리들이나 나나 잘한 거 하나 없더라.
자기들만 피해보고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면 답이 안나온다.
그것이 바로 적폐다.
내로남불.
자기들 잘못한 건 하나도 모르고 나오는대로 거르지 않는 말, 이 핑계, 저 핑계로 지쳐가는 관계에
하고싶은 행동도
아직도 꽃피는 고딩같던 중생 미꾸라지들을
떠나보내고 나니
속이 시원섭섭하다. 반면 찝찝했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잡생각이 많아져 심란하고 소란스러웠던 내 마음속을 정리해주시는 분이 계셨으니.
혜민스님이시라.

짜잔.




혜민스님의 이전 책들을 모두 다 챙겨 본 나는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저자혜민 지음출판수오서재발매2018.12.06.

일단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혔다.
혜민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이 고요해지면 예전에 잘 몰랐던 것들이 밝아지며 눌려있던 감정이나 기억이 되살아나 그것들로부터 치유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얻어지는 마음의 평온, 자유, 따뜻한 사랑.

좋은 친구는 만나고 나면
그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내가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든다.

억지 인연일랑 단칼에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좋은 관계가 되고자 쏟은 정성과 시간.
받는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부터가 욕심이고
억지이다.

이 전에 성악설의 근거를 포스팅했을 때 언급했던 부분이 생각났다.

사유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무사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양날의 칼이다.
왜? 인간은 자기객관화라는 눈이 하나 뿐이거든.
타인에게 베푸는 것도 어찌보면 인정욕구 중에 하나 일 수있기 때문에 이타적인 행동도 정도껏 해야한다.
내가 그 이타적인 선을 넘었던 모양이고
함께 있으면 불편한 사람으로 낙인찍힌 존재가 되었다.
물론 그것은 나의 이타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여튼 좋은 친구를 만나면 나는 굳이 이타심을 가지고
베풀지않아도 된다.
어렵게 그 끈을 놓지않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 인연이라는 것은 두사람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그저 좋은 인연이 아니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모르던 사람처럼 돌아가면 되는 것을.
글쎄, 소금 뿌린 손은 탈탈 털었는데
그 쪽에서 악연이라면 그건 그 쪽 사정이고.

심란한 것들로부터 벗어나는데
혜민스님의 책만한 것이없다.
고요하게 내 자신과 마주해본다.

다사다난했던 작년을 돌아보았다.

많은 것을 얻었고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하고 큰 존재인
부모님의 노년, 죽음을 준비하시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식의 입장이 되어
가족에 대한 참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으로 향해가는 여정은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 사이에 어떤 삶을 사는 것은
결정할 수 있지만 도착지는 죽음이라고.
김영민 교수님도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말씀하셨 듯이 우리는 모두
시시해보일지언정
소소한 행복을 위해 살고있다.

연초 혜민스님의 책으로 시작한 건 백번 잘한 일이다.
모두 자는 새벽.
맑은 정신으로 읽는 혜민스님의 책은
고요함 속의 작은 등잔불 같았다.

(찝찝했던 이유가 있었다. 외식하러 가서 마주친
미꾸라지 가족 띠동갑도 넘는 내 남편(누가 잘못하던 싸우는 것을 반대부터 하는 사람이다.)의 웃는 얼굴에
따가운 눈총세례를 내리셨으니
그간 그 쪽 아이가 놀러오면 살뜰하게 안아주고
놀아주던 내 남편으로서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어린 것들의 철없는 행동을 직접 보고서야
그 동안 내가 받았던 멸시에 맘 고생했다고 안아주었다.

나 이제 정말 훌훌 털었다고
저런 후레이크 같은 인간들 처음부터 몰랐던 거라고
다시 생각하면 마음 아프니까
겨우 마음 다독거려놓은 거 건들이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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