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말 - 2,000살 넘은 나무가 알려준 지혜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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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레이첼 서스만)

나무가 건네는 '말'에 집중해보았습니다. 2000년 이상의 세월, 사람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의 개념을 훌쩍 뛰어넘는 그 기나긴 세월 속에서 살아남은 나무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레이철 서스만은 처음부터 밝힙니다. 명쾌한 답변이 아닌, 더 깊이있는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이 자신이 맡은 일이라고 말입니다. 즉, 이 책은 단순히 나무의 특성과 위치 그리고 오랜 세월을 유지하게 한 특별한 속성은 무엇인지 등 지식추구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이 책의 의미를 제대로 탐미할 수 없습니다. 나무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스스로 하나의 질문을 떠올리고, 나아가 조금이나마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생각을 하며 읽게된다면 더욱 이 책의 의미를 제대로 탐미할 수 있습니다.

책의 처음부분에 있는 생물위치지도를 보고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나 많은 고령의 생물들이 있구나"였습니다. 무더운 사막 또는 너무나 추운 시베리아 지역 등 극한 환경을,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기이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방선균과 모하비유카는 제게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물 속의 뇌산호에서 남극지역의 이끼 등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생물의 신비로움과 기이한 진화의 역사를 추정해가며 다시한번 자연의 웅장함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칼 세이건이 던지는 말 한마디 "인류가 꾸며온 앞무대를 한없이 작아 보이게 만드는 거대하고 장엄한 우주의 문턱에 우리가 서있다는 것" 이 말한마디를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는 레이첼 서스만의 세심한 구성에 일상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미묘한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을 뽐내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들의 모습이 책에 담겨 있지만, 그 사진들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전히 분리된 '상태'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진행경과에 따라 그들의 생태계는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 지 모릅니다. 얼마나 우리들과 함께 지구 위에 뿌리로써 살아갈지 모릅니다. 이러한 관점들을 통해 보게 된다면, 지금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저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망으로 인해 희생되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생태계 지도를 하나하나 되짚어 가며, 자연의 웅장함 그리고 안타까운 자연, 그 2가지의 관점에서 스스로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생각을 떠올리고 더 많은 상상을 진행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조시마 장로가 건넨 말 한마디. "이 자연 구석구석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숨겨져 있다. 이로써 바라보는 세상은 신비롭고 더욱 아름답다." 자연의 웅장함을 떠올리며 수많은 작가와 학자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연상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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