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
제임스 리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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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 사이로 한걸음만>

자신이 결정하고, 추구하는 삶의 궤도 위에 올라서기에는 상상 이상의 모욕과 두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여성이 등장한다. 등장인물 초희, 미희, 미애 그리고 주인공 소희 등 그들 모두, 자신을 삼킬듯한 아니 삼켜버린 잔인한 현실 속에서 도망쳤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결국 '성매매업소'였다. 아무리 전력으로 뛰어봤자 그들을 둘러싼 현실은 여전히 난공불락 그 자체였다. 자줏빛 붗빛 아래에 창가 앞에 한 개의 인형처럼 줄이어 앉아있는 성매매여성들. 그들의 현실이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한다. 벗어날 수 없는 감시와 잔혹함. 화재사건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에게는 최소한의 자유조차 성립될 수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사회 속에서 사람이 아닌 인형 또는 쾌락적 장난감정도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화학성 화장품을 진하게 바르고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그만큼 자신을 더욱 옥죄어오는 채무 그리고 압박. 그 안에서 소희는 지환에 이어 효석이라는 진정으로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남성을 만나지만 그들 역시 어느 순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우연한 기회를 얻어, 효석이 다니는 군산의 한 기업에 들른 겸 그곳 화장실로부터 전력으로 도망친다. 익산역으로 그리고 서울로 향하던 중 쓰러지고 들르게 된 대학병원, 그곳에서 마주하게 된 망가질대로 망가진 그리고 피폐해진 몸. 몸과 마음이 더 이상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될 지언정 그녀의 신분은 늘 상품 또는 인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호주로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녀를 둘러산 현실은 여전히 불변이다. 철조망, 사슬 그 자체인 건물로부터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문앞의 조폭들로부터 단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한 그녀들은 결국 죽음으로써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책의 제목이 가진 깊이있는 그 의미를.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2층에서, 창가 앞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자줏빛 음탕한 그 창가 앞에서 늘 강요되는 그녀들에게 자유를 향한 가장 작은 보폭 한 걸음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그 잔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겠다는 작가의 굳은 의지를 제대로 느끼게 된다.

지금의 현실은 어떨지 되돌아봅니다.

저는 남자입니다. 대학을 끝내고 사회에 이제 진출하는 초년생입니다.

제게 들려오는 세상의 소리에는 어떤 소리들이 섞여있을까요?

제게 보여지는 세상의 화려함 그 이면에는 어떤 모습들이 숨겨져 있을까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직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게 알겠습니다.

'나다움'을 포기해야 했던, '나다운 삶'을 내려놓아야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잔혹하고 답답한 현실에 놓여져 있는 여성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을요.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생겼네요. 모든 피해여성분들께 남기고 싶은 한 마디의 위로가 있습니다. 당신의 삶이 다시 건강한 궤도 위에 올라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조그만 목소리에 불과하겠지만 얹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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