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거리, 1미터
홍종우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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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 안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1미터 정도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도 있고,때로는 1미터 밖에서 지켜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 관계의 거리, 1미터 page 11



아직 서툴고 무디기만 한 것들이 많다. 그만큼 갈고닦아야 할 여지 역시 크다. 그 많은 것들 중에서, 관계맺기는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를 괴롭히곤 한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소심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염려하는 나, 또는 상처받을까 두려워 안절부절 못하는 나. 이제 사회에 갓 뛰어든 내 삶의 수면 위로 수많은 나의 모습들이 떠오르고 사라진다. 쓰레기더미같은 걱정거리만 잔뜩 남겨놓은채 말이다. 짜증나고 답답하더라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관계맺기의 중요성, 이에 대한 하나의 지혜를 얻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선택했다.

뭔가 하나의 정답을 찾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난 전과 후로 나뉘는 선명한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그렇게 조바심을 갖고 읽게 된 책.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 답을 추구하기를 그만두게 되었다.

관계맺기를 회피하는 '인영'이라는 환자와 의사가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은 왜 질문만 해요. 제게 답을 줘야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답은 제 안에 있다는 거죠."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면 대답한다.

"결국 제가 움직여야 해결되는 거겠죠."


관계 사이의 거리, 1미터 page 74


이 책의 핵심이 바로 이 구절에 가득 담겨져 있다. 결국 변화의 열쇠는 의사가 아닌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지치더라도 조금 더 인내하고, 힘들더라도 조금 더 제대로 나 자신을 살아가고, 답답하더라도 조금 더 나 자신을 믿어가는 바로 그것. 그것이 조금씩 쌓여 관계를 바꾸고 내 삶을 바꾸어낸다. 이책의 저자 의사선생님이 말하듯, 남을 밀어내기만 하던 나 자신이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있으리라고...

관계에 문제를 호소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결혼, 사회진출, 환갑 등 다양한 결정적 시기를 앞두고 힘겹게 방황하고 갈등하다가, 잔뜩 지칠대로 지쳐 문을 두드리는 다양한 환자들이 이 책의 필요성을 빛나게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겼던 강력한 한 가지가 있다면, 결국 우리 모두가 수많은 갈등과 방황 속에서 지치기도 하는, 이에서 벗어나려고 어떻게든 재미있는 놀이를 추구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그 사실이 가장 먼저 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겪는 그 스트레스 이상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수많은 사례를 통해,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내 삶의 곳곳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타버릴듯한 가까운 거리에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여기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지금 내 관계의 협소함을 반성했다. 나아가, 내가 어디에 위치하고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나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의존적으로 타인에게 아등바등 붙으려 했던 또하나의 내 모습을 가슴아프게 들여다보았다. 또 어떠한 생각이 책 읽는 내내 스쳐지나갔을지 진지하게 떠올려보면 무엇보다 울컥하는 감정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빈번한 그 울컥함은 수많은 환자들의 삶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쓰라림을 가볍게 문지르는 듯한 따뜻한 그 한구절 한구절에서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뭐... 수많은 생각과 감정의 흔적을 짚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스스로 하나의 실마리를 어렴풋하게 포착해가고 있다. 이는 이 책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과정을 지나가는 그 순간순간이 너무나 의미있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별 5개를 주고 싶은 마음은 딱 하나,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이었으니까!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자주 솟아오르는 그 울컥함때문에 애먹기도 했지만, 덕분에 관계에 대한 지혜를 넘어 제대로 된 힐링 한 번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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