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 한 신학자의 인문 고전 읽기 한 신학자의 고전 읽기 1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2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책 제목부터가 끌렸다.
내가 곤고한 날을 지나고 있으므로.
2년여전에 사고가 있었고 자녀 한 명을 먼저 하늘로 보냈다.
코로나 핑계로 모든 것을 거의 단절하다시피 하고 살았다.
좋은 활자는 치유하는 힘이 있다던 글을 기억하며 좋은 책을 좀 읽어보려고 해도 좀체 읽혀지지가 않는 시간들..
이 곤고함 가운데 과연 읽혀질까..

결론은 읽혀졌다!
중간에 눈시울을 몇번이나 적시면서.
자식을 구하지 못하고 살아남은 부모는 죄인이 된다.
자책과 회한에 섞여 왜 살아야하는가 하는 깊은 물음이 내 안에 있었다. 그런데 그 답이 이 책에 있을 줄이야.

살아있으라!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부모는 자녀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다.(p174)

이 대목을 읽다가 눈물이 툭 터졌다.
어느 책이든 단 한 구절 한 문장만 잘 건져도 그 책 한권의 값어치는 다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곳곳에 숨겨진 빛나는 구절들이 있다.
오랜만에 줄을 그으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동안 책을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참 빈약한 식탁을 대했었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살았다고 할까.
머리맡에 책을 늘 두고 있으면서도 먹지도 못하고 소화시키지도 못한 채 마치 기아상태 같은...
그런데 이 책은 용기내어 한 숟갈 한 숟갈 입으로 떠 먹을 때마다 그렇지...이 맛이었지.
잃어버린 책맛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생존에 필요한 급초라한 식탁에만 앉아있다가 정말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은 기분. 입에 넣고 씹을 때마다 맛이 향이 살아나고 생소한 맛도 의외의 즐거움을 준다.
메인요리도 한가지가 아니고 열다섯가지나 된다.
차례차례 펼쳐지는 요리마다 삶의 각 중요부문에 맞게 어쩌면 이렇게 맛을 잘 살려놓았을까.
게다가 나중에 따로 먹어보면 더 좋은 디저트까지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
먹는 동안 배가 마음이 불러졌다.
소개된 디저트책들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기대감으로 이미 은근한 설레임을 준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책 맛을 비로소 찾게 해 준 고마운 책.

읽어야겠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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