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레드 - 아빠를 구한 소년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12
펄 벅 지음, 홍연미 옮김, 최재은 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아주 좋은 이야기를 읽었다. 아이들한테 읽어주고 싶다.  

 어떤 이야기를 읽으면 뼈대만 있는 느낌이 드는데,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배경 설명들이 자세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고 정이 느껴진다.  

 일본군이 쳐들어오기 전까지 작은 마을 사람들은 자동차도 본 적이 없고 아빠들 주머니에 돈이 없었지만 어떻게 보면 아주 잘사는 마을이라는 설명은 아름답다.  

  쌀이며 채소가 풍성하고 닭고기와 돼지고기, 물고기가 늘 넘쳐 나는 데다가 최상급 달걀을 실컷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옷도 충분했습니다. 여름이면 리틀 레드와 친구들은 연못에서 멱을 감거나 마을 뒤에 자리 잡은 산으로 올라가 하루 종일 탐험을 하며 보냈지요. 가을에는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주워다가 화로에 구워 먹었고요. 한마디로 부족할 것이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아기들이 길가에서 맘껏 뛰어놀고, 엄마들은 문간에서 바느질을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기들 재롱에 웃음을 터뜨렸'고 '아이들은 실컷 돌차기며 제기차기, 동전 던지기 놀이를 하다가 이른 저녁을 먹으려고 집으로 뛰어들어 왔'다. 읍내에서 극단이라도 찾아오는 날이면 절의 뜰로 우르르 구경을 가곤 했'는데 이것은 꼭 우리 나라 옛 마을을 그려 놓은 듯하다.  

 지은이가 이 작은 마을을 그리는 데에 공을 들인 까닭이 있다. 바로 일본군이 들이닥쳐 깨어놓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그들이 얼마나 '아주 잘 사는 마을' 사람들이었는지 말하려는 거였겠다.  

 그리고 일본군은 아빠인 '빅 레드'와 마을 사람들을 밧줄로 묶어 끌고 간다. 아들인 '리틀 레드'는 아빠가 끌려갔는데도, 오히려 그날따라 밥을 많이 먹어 엄마를 놀라게 한다. 마음 속으로 계획이 있었던 거였다. 아이는 비상 음식과 돈을 가지고 길을 떠난다. 치밀하게 계산해서 아이는 아빠를 구하러 간다.  

 구할 때도 침착하게 자기 자신을 챙겨 아빠가 자기 걱정 때문에 도망가는 게 어려워지지 않게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좋은 이야기를 우리말로 잘 옮겨 글이 더욱 아름답게 드러났으며 그림 또한 대단히 잘 되었다. 다른 나라 사람 글을 우리 나라 사람이 그렸다고 하면 조금 걱정이 된다. 우리는 한국 사람, 중국 사람, 일본 사람이 다른 점을 구별해낼 수 있는데, 그것이 이 그림에 나타나있기까지 하다. 마을 사람. 마을, 집 같은 것들을 보면 그림작가가 아주 정성을 들여 자료를 찾아 그렸을 것으로 보인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빠와 아들을 부르는 '빅 레드', '리틀 레드'다. 제목을 보고 글쓴이를 보았을 때, 나는 글쓴이가 외국 사람이고 이들과 무슨 관련이 있게 살면서, 이들을 그렇게 부른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오직 같은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 것이다. 그렇다면 참으로 그들은 그렇게 불렀을 리가 없다. 이런 이름을 같게 되는 까닭을 설명한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다. 하지만 그들은 중국말로 불렀을 테고 이 책은 영어를 옮기다 보니, 달리 하기 어려워 그렇게 했을 테지만, 그냥 '작은 빨강'이나  아니면 한자로 했다면 더 어울렸겠다.  

 이 작은 이야기 하나. 우리 나라에도 이런 이야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 책에는 주인공 아이한테 동생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나는 요즘 중국 아이들을 떠올린다. 법으로 한 자녀만 갖게 하여 '소황제'가 된 아이들. 그러다 보니 요즘 중국에는 이렇게 귀하디 귀한 아이를 납치하는 이들이 아주 많아 골치라고 한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중심 국가가 되고 싶은가 본데, 이런 아이들과 '글자' 때문에라도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았는데 많이 낳지 않으니 그 어려움을 살펴 아이들 데리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궁리를 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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