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만나다 - 한용운에서 기형도까지, 우리가 사랑한 시인들
이운진 지음 / 북트리거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을 만나다/이운진 저/북트리거 출간/20182

 

정말로 오랜만에 읽는 시인에 관한 책이다.

 

학창 시절에는, 80년대, 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문학소녀답게 시도 몇 편 써보기는 했으나, 결국 시인은 부단한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산 지 몇 십 년, 이제는 시 한 편 읽는 것도 버겁고, 또 시를 읽어도 의미도 모르겠어서 영 관심을 끊고 지냈는데, 문득 시를, 시인을 읽고 싶어졌다. 왜일까? 아마도 요즘은 시인 때문에, 문단의 이야기 때문에 세간이 시끄럽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게. 요즘 참 시끄럽다. 순결한 영혼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았던 시인들이 -사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예전 문단을 기웃거릴 때 넌지시 전해 듣기는 했으나- 참으로 일반인보다도 못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인터넷 신문으로 읽는 이야기인데도 입안이 참 쓰다.

 

그래서 시인을 만나다에서는 김영랑 같은 시인을, 박재삼 같은 시인을, 혹은 그런 시인들만을 만나기를 원했다. 하지만 책에는 참 다양한 시인들이 나온다. 시인의 행적은 못마땅하나, 시인의 업적만은 내칠 수 없다는 이운진 시인의 시인을 위한 변명도 계속해서 나온다. “비난 받는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문학적 성취는 한국 시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8) , 그러지 말자. 우리 문단이 인성 나쁜 시인들을 대체할 위대한 시인을 배출하지 못할 만큼 빈약한 터전이 아닐진대, 왜 이 사회는 배은망덕한 인간을 참아야 하는 것인가? 실력만이 아니라 인간성으로, 인성으로 사회를 감화시키는 저자만을, 독자로서 갖고 싶다는 마음은 정령 욕심인 것인지.

 

오르한 파묵은 시인이란 신이 말을 걸어 주는 자”(49)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시인들만을 만나고, 그 시인들만의 작품을 읽고 싶다.

 

그래서 박재삼 시인의 시집을 진지하게 읽어보려고 한다. 시인을 만나다에서 다시 만난, 너무나도 친숙한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향수’(정지용)를 읽으며 왈칵 울어버린 이유를 찾아내려 한다. 박쥐를 바늘에 꽂는 잔인한 심성을 가진 시인 따위는 버려버리려고 한다(사실 아주 오래 전에 버렸지만). 작가들도 작가는 작품으로 말을 한다, 라는 말로 서로를 용서하지는 말자. 그런 용서가 문단을 황폐하게 만들고 독자를 떠나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음을 제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정말로 우리 문단은 그런 사람들까지 품어야 할 정도로 빈약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시인이 기형도라서 다행이다. 집 가까이 기형도 문학관이 있다. 늘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한 번도 용기를 내보지 못했던 시인. 빠른 시일 내 문학관도 가보고 드디어 읽기도 해야겠다. 세상에는 사랑해야 할 시인이 너무나도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