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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이렇게 많이 차 있으면 문제가 많겠는데? 턱이 낮은 곳 지하는 어떻게 해? 지하에도 상가가 많을 텐데.”

 

나영은 발밑까지 차오르려고 하는 물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러게. 당장 지하철도 문제가 많을 텐데. 이게 무슨 일이야?”

 

현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도시 한 가운데가 이 정도라면, 분명히 사단이 난 걸 텐데…….”

 

나영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앞만 보았다.

 

일단 다시 들어가서 식당 전화를 좀 빌릴까? 집에 문제없는지 알아봐야지.”

 

현수가 다시 지하로 내려가려고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그러게. 지금은 우리, 휴대폰도 없지. 우리 집은 그래도 조금 높은 곳에 있으니까 다행인데, 자기 집은 지대가 낮잖아. 어떻게 하지? 지금 시간이면 어머니 혼자 계실 텐데. 빨리 전화 해 봐.”

자기 집은?”

나는, 집 전화번호를 모르겠어.”

이런.”

 

현수의 집 전화번호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같았으니까 기억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25년 동안 네 번이나 이사를 다닌 나영은 인천 집 전화번호를 도무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일단, 어머니한테 전화를 해 봐. 그리고 사람들한테 말해서 빨리 나오라고 하고. 여기 넘치기 시작하면 지하에 있는 사람들 다 문제가 될 거야. 일단 옥상이라도 올라가 있어야지. 이거, 도로로 나가서 어딘가로 갈 수는 없을 거 같아.”

그래,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금방 내려갔다 올게.”

 

현수는 다급하게 말하고 재빨리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나영은 혹시라도 물이 건물로 흘러 들어와 지하가 잠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며 현수가 내려간 지하를 쳐다봤다가 물이 넘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면 다시 건물 밖에서 찰랑이는 물을 쳐다보면서 현수를 기다렸다.

 

잠시 뒤에 현수가 뛰어서 올라왔다.

 

엄마 집은 아무렇지도 않대. 여기만 그런가봐.”

사람들은?”

나오라고 했어. 다들 나온다고 했는데, 챙길 게 있나봐.”

물 넘치기 전에 나와야 할 텐데.”

 

나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하를 쳐다보다가 다시 바깥을 내다봤다.

 

물이 조금 줄어든 거 같지 않아? 살짝 내려 간 거 같은데?”

그러네.”

 

현수와 나영은 건물 현관 앞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그렇지? 물이 조금 빠진 거 같지?”

그런 거 같아. 아주 빨리 빠지고 있는 거 같은데. , 층계도 하나 보인다.”

정말. 어디가 넘쳤다가 빠지고 있나봐.”

이렇게 많은 물이 넘쳤다가 이렇게 빨리 빠지는 것도 문제 아니야?”

 

현수는 건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금, 뭐 하려고 그래?”

물이 어느 정도 깊은가 한 번 보려고.”

아까, 층계 서너 개 올라왔잖아. 이렇게 뿌연데, 괜히 잘못 빠졌다가 큰일 나려고. 일단 기다려.”

 

물에 발을 담가보려는 현수를 말리던 나영은 문득 끔찍한 생각이 들어 얼굴이 파래졌다.

 

혹시, 물이 빠진 뒤에 시체들이 있으면 어떻게 해? 한강이 완전히 넘쳐버린 거 같은데. 예전에 태국에 해일이 덮쳤을 때…….”

에이, 설마.”

 

그렇게 말은 했지만 현수와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하는 것만 같았다.

 

빨리 들어와.”

 

불안했던 나영은 현수를 잡아끌었고, 방심하고 있던 사이에 나영에게 잡아 끌어당겨진 현수는 오히려 중심을 잃고 앞쪽으로 기울어지고 말았다.

 

어어!”

 

아차 하는 순간에 현수의 발은 건물 밖 물 표면에 닿았고, 그 순간, 물은 빠른 속도로 먼 소실점을 향해 빠르게 응축하기 시작했다.

 

자기야, 저거 뭐야?”

 

나영은 팔을 바깥쪽으로 쭉 뻗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러게, 저게 뭐야.”

 

현수도 놀라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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