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언어 - 촌철살인 이낙연에게 내공을 묻다
유종민 지음 / 타래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내 기억 속 총리들은 생각보다 비겁하다, 무능하다, 바보다, 사악하다, 바보에 사악하다, 정도였다. 굳이 총리라는 자리를 둬서 자기 비리 남의 비리 감추는 기회를 줄 이유가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 미쳤을 때는 이런저런 모든 불합리한 생각을 다 끌어와서 총리 따위,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을 바꿔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이낙연 총리.

 

명석하게 생각하고 조리 있게 말하고 온화하게 사람을 대하는 이낙연 총리를 보면서 아, 사람이 저렇게 생각하고 생활하고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최고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보다 얼마 전에는 강일원 헌법재판소 법관을 보고, 와 부럽다, 했는데, 이낙연 총리가 등장한 뒤로 그 분은 2위로 밀렸다).

 

하지만 보통 내공이 쌓이지 않고서는 이낙연 총리처럼 말하고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그 분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당연히 말과 태도가 내 것이 될 리 없다. 하지만 일단 분석을 하는 것이 먼저인지도 모른다. 유종민 한국경제 TV 파트장이자 깨움연구소 소장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분명하다. 유종민 저자는 자신의 흔적을 많이 남기지 않은 이낙연 총리의 공적인 기록과 몇몇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총리의 언어>를 작성했다.

 

공적 기록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텔레비전 토론회나 공청회 기록이고 사적 기록은 가족과 함께 쓴 책과 보좌관, 기자 등 함께 공직을 수행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기억들이다.

 

자료가 많지 않다보니 나온 이야기가 또 나오고, 또 나오는 구조인데, 유종민 저자는 그 이야기들을 한 번은 생활 이야기로, 한 번은 언어 이야기로, 한 번은 공직자의 자세 이야기로 거듭 사용하고 있다. 이런 구성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같은 이야기를 자주 읽는 동안 조금 지루해지는 면도 있지만, 같은 이야기를 계속 읽는 동안 분명하게 기억하게 된다. 문제집도 이런 구성으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핵심 내용을 계속 반복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리의 언어> 초반부는 이낙연 총리의 지난 삶을, 후반부는 아마도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을 이낙연 총리의 언어가 갖는 특징과 그런 언어를 구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들이 나온다. 결국 정수는 4부와 5부라고 생각하는데, 막강한 팬심으로 읽은 1부부터 3부도 이낙연 총리를 조금은 알게 되는 기회였기에 상당히 좋았다.

 

<총리의 언어>를 읽다보면 저자 또한 이낙연 총리의 상당한 팬임을 알 수 있다(아니면 독자들이 팬일 테니, 철저하게 독자를 겨냥하고 계산한 코멘트일 수도 있겠다). 나쁘지 않다. 정치인에게 팬심이 생길 때 시민은 좀 더 분명하게 사회 활동에 참여할 동기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까지 저어하던 정치 세력은 똑똑하고 탐욕스럽다고 생각했었다. 마음이 쓰이는 정치 세력은 착하지만 무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착각은 정치를 외면하고 언론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임을 2016년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알았다. 똑똑하고 탐욕스럽다고 생각했던 세력은 똑똑하지 않았고 탐욕스럽기만 했다. 무능하고 착하다고 생각했던 무리는 영리했고 울분에 가득 차 있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텔레비전에서 정치가들을 보면 탐욕이 정의를 이겨 왔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그런 정치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우리 시민에게 있다. 그 시민이 옳은 방향을 쳐다보게 하는 사람들이 온화하지만 단호한 말투와 태도로 좀 더 옳은 일을 해나가는 이낙연 총리 같은 분들이 아닐까 싶다.

 

<총리의 언어>를 본다고 내 말투가, 태도가 바뀌지는 않을 거 같다. 하지만 생활하면서 자주 이낙연 총리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낙역 총리의 말투와 태도를 생각하면서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두 책을 얻었는데, 상당히 시너지가 있는 조합이다. 2018년에는 좀 더 차분하고 영리한 사람이 되기를 빌어본다.

 

추신: 128쪽 첫 문단 그는 계속 고사하다 200016ww3선 땐 3개가 됐고 4선 땐 4개가 됐다.”는 단락이 전체 누락되거나 뭔가 잘못 된 거 같은데, 2쇄가 나올 때 정정해야 할 듯 하다.

 

추신 2: 142쪽에서 고건 총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왠지 서운하고 미운 총리였는데, ,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해야 하나. 왠지 울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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