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도 꿈에 나와요?”

 

나영이 깜짝 놀라 남자에게 물었다.

 

꿈이라니?”

 

남자는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아는 분이야?”

 

현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영에게 물었다.

 

아니. 근데, 이 아저씨, 경포대에서 본 그 분 같은데?”

 

나영이 아저씨 맞죠? 하는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친구는 기억 못하나 보네. 경포대에서 봤잖아.”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경포대가, 나 군대 휴가 나왔을 때 간 거잖아. 지금은 재수할 땐데.”

 

현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꿈이잖아. 뭔들 불가능해. 이 아저씨가 몇 년 앞서서 여기 있는 설정인가보지.”

 

나영이 웃으면서 말했다.

 

꿈 아니라니까.”

 

남자가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 꿈 맞아요.”

 

나영이 까르르 웃으면서 남자가 앉아 있는 책상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안 그래도 아저씨 만나면 따지려고 했어요. 왜 불쌍한 애들한테 3만원이나 받아 가신 거예요?”

유원지니까. 나도 먹고 살아야 하고.”

그거 때문에 우리, 집에 못 올 뻔 했단 말이에요.”

깎아달랄 줄 알았지.”

, 처음부터 바가지를 씌우지 말았어야죠.”

 

마흔 살(정확히는 마흔다섯 살) 나영은 스무 살 나영이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말들을 남자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아무튼, 2만원이라도 돌려줘요. 안 되면 만원이라도 돌려줘요.”

저런, 지금은 돈이 없는데.”

말도 안 돼.”

아니, 정말 돈이 없다니까. 대신 지금 두 사람의 운명을 점쳐주는 건 어떨까? 이번에는 공짜로.”

, 사기꾼 아저씨가 무슨 점을 본다고 그래요. 그리고, 사실 점 같은 거 믿지도 않는단 말이에요. 점이 맞는다고 해도, 사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고.”

 

나영은 남자를 보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게다가, 꿈에서 보는 점이 무슨 소용 있다고. 꿈이니까, 아저씨가 준 돈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이나 실컷 먹을래요.”

허허, 꿈이 아니라니까.”

허허, 꿈 맞다니까요.”

허허, 꿈은 아니라니까. 하기사 꿈이면 어떻고 꿈이 아니면 어떻겠어? 장자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셨잖아. 이게 꿈인지, 25년 살았던 그 인생이 꿈인지, 누가 알겠어.”

맞아요. 이게 꿈인지, 그게 꿈인지 무슨 상관이에요. 전 당장 맛난 저녁을 먹고 싶어요.”

하하. 이 아가씨, 경포대에서 봤던 그 얌전한 아가씨는, 분명히 아니네. 그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이게 꿈이든, 꿈이 아니든, 이 세상에서 나가지 못하면, 그게 또 두 사람 현실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 이 아저씨가 하는 말을 잘 새겨들었다가 이 세상을 헤쳐 가는 데 꼭 필요한 자양분으로 삼으라니까. 어차피 내 주머니에서는 돈 나올 쾌가 없으니, 점이라도 보고 가면 그게 이득이야. , 두 사람한테 해 줄 말도 있다니까.”

 

나영은 남자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20년도 전에 보았던 사람이 꿈에까지 나왔다는 건 정말로 뭔가 할 말이 있어서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영은 크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어디 한 번 해보세요.”

 

나영의 말에 남자는 씩 웃으며 앞에 있는 붓펜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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