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고전 (人生古典) - 동양고전으로 배우는 성찰의 인문학
정형권 지음 / 렛츠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인생 고전>고전 텍스트의 말씀을 위주로 구성”(6) 했다. ‘말씀이라니, 왠지 숙연해지는 기분. 한문을 거의 모르는 나로서는 한문으로 적힌 동양 고전(동아시아 고전이라고 해야 하나?)을 해설해 놓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동양 고전을 다룬 책들이 왠지 잔소리처럼 느껴지는 독서 경험을 많이 해서인지, 이제는 짧은 글을 길게 해석하는 주석서 비슷한 책보다는 원전을 되도록 많이 소개하는 책이 좋다. <인생 고전> 역시 좋은 원문(물론 번역한 글들이지만)을 다양하게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흔히 동양 고전에 나오는 책들이 아니라 좀 더 새로운 고전들을 소개해 준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맹자고자 하 15으로 시작하는 <인생 고전>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왠지 일찍이 이 이치를 깨우치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라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동양 고전을 소개하는 책인데 첫 느낌이 서양의 성서라니. 역시 고전은 하나로 통하는 것인가?)?

 

결국 현대까지 살아남은 고전이라는 장르는 대부분 성공한 처세서에 가까우니 경우에 따라서는 살짝 꼰대기가 진동하고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런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고 뻔 한 이야기들이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삶의 진리이자 위안이라는 것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고전을 대할 때는 마음을 닫지 말고 활짝 열어둔 상태로 삐딱함이 아니라 배우려는 하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분명히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인생 고전>을 보면서 상당히 많은 스승을 만났다. 무엇보다도 안타깝고 눈물이 났던 부분은 <이순신의 장계>. “지금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28)라니.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군관 9명과 군사 6명을 가지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려고. 윗대가리라는 놈들이 그렇게 극악을 떨었으면 이 나라 운명이건 백성들 목숨이건 다 팽개치고 달아날 만도 한데, 그 실체도 없는 바보 같은 나라보다는 민초들을 위해서 다시 배 열두 척을 가지고 바다로 나갔을 이순신 장군. 세상에 바보도 그런 바보가 없지만, 이미 계획이 있고 지피지기인 장군의 깊은 뜻을 내 어찌 알려나. 그와 대비되는 선조의 상중에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를 제수하는 교서를 보면 한심하고 염치없기로는 선조만 한 인물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비분강개하게 된다(, 동양 고전을 읽다보니, 알지도 못하는 고사성어가 자꾸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다).

 

도끼로 바늘을 만들려는 노파의 깊은 뜻은 책을 다 읽어도 잘 모르겠고, 일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한다. 이태백의 월하독작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불러오고/그림자도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되었도다.”에서는 대시인의 감성과 상상력에 감탄하고 질량이 있는 것들은…… 무로 돌아간다.”(70)에서는 그 뒤에 나오는 에너지 이야기를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질량보존의 법칙을 들어 딴지를 걸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152쪽의 기질기성의 차이를 읽을 때는 오홋, 후성유전학, 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제는 <도덕경>을 내 인생 동양 고전으로 삼아 진지하게 읽어보자는 결심 또한 하게 된다.

 

<인생 고전>에 나오는 다양한 원전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최원의 좌우명은 나의 좌우명이 될 것 같고, 제갈량의 <계자서>는 두고두고 읽을 가르침이 될 듯하다.

 

<인생 고전>의 다양한 곳에서 나오는 <채근담>이 사실은 <인생 고전>의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독서 목록을 넓혀주는 책이 좋은 책임을 생각해 보면 <인생 고전>은 참으로 괜찮은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주자는 인격 수양의 2대 강령으로 거경(居敬)과 궁리(藭理)를 들었다. “잡념을 없앤 상태에서 본래 존재하는 이를 밝히고 사물의 의미를 끝까지 탐구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것.”(153) 주자학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새겨두고 실천해 볼 자세이다. <인생 고전>은 화장실에 놓아두고 두고두고 읽으면서 아침저녁으로 내 삶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기로 했다.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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