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에 대하여 - 고대부터 현재까지 천재와 천재성에 관한 모든 것
대린 M. 맥마흔 지음, 추선영 옮김 / 시공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라틴어를 배우면 좋겠다. 한 언어의 기원을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깊이 있는 지식을 추적해 가는 듯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 , 젊었을 때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물론 <천재에 대하여>는 라틴어 게니우스(Genius)의 어원을 추적하는 책이 아니다. 천재라는 개념을 다룬 뛰어난 인물들의 헛발질을, 혹은 천재라는 개념을 의도적으로 만든 뛰어난 인물들의 고의성을 시대 순으로 쭉 소개하는 역사책이다. 천재라는 존재도 사실은 신처럼 사람의 발명품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이다. 평등에 기반을 둔, 너무나도 근사한 책, <천재에 대하여>는 정말로 내 취향에 꼭 들어맞는 책이었다.

 

대런 맥마흔은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백인 남성들이 상당히 오만하고 의기양양하게 만들어온 천재라는 개념을 정리하고, 어느 정도는 비웃어준다. 대런 맥마흔은 전작 <행복의 역사>에서도 그렇지만 서양 백인 남성들의 사고의 흐름을 정리하는 역사서를 쓰면서 평등을 해치는 오만한 사고가 형성된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새롭게 생각하고 새로운 개념을 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이 책, <천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맥마흔은 이런 사람이 천재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천재라는 개념이 정말로 여러분이 생각하듯이 자연적이고 확고한 개념일까? 아닐 걸? 너희는 알게 모르게 천재라는 만들어진 개념을 숭배하고 있는 건 아니니? 정신 차리고, 우리 모두를 좀 사랑하지 않을래?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책 뒤표지를 보면 추천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오늘날 우리가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때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이 책은 철학, 종교, 예술, 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를 넘나든다. 맥마흔은 우리에게 묻는다. 천재를 찾아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천재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사람을 압도하는 맥마흔의 책을 다 읽고 나면 천재라는 단어를 다시는 사용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사산된 신>의 저자, 마크 릴리의 글이다. 이런 발칙한 저자와 발칙한 추천인이라니.

 

우상을 만들고, 누군가 우러러 볼 사람이 있어야지만 사람들은 마음을 놓는다. 그 우상이 정치인이 되었건 과학자가 되었건 가수가 되었건 간에 주변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을 한 명 택해서 주변 모두에게 저 사람을 본받으라고 소리쳐 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여럿 있다(아마 나도 그렇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 잔소리의 대부분은 저 사람 봐라,를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천재조차도 만들어진 개념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삐딱하게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책은 아니다. <천재에 대하여>. 그저 내가 배도 고프고 해서 막 생각해 버리는 거다). 그러니 외롭고 쓸쓸해도 직접 내 발로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천재에 대하여>를 읽는 동안 프랭클린이 멋있고 로크가 끝내주게 마음에 들고, 이런 책을 써낸 맥마흔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아직까지 나에게는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는 천재가 필요한 게 분명하다. , 서글프지만, , 그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잠시 동안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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