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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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예쁜 다이어리를 갖게 된 것 같다. 정확히는 다이어리라기보다는 사고 공책, 혹은 저널이라고 하는 게 좋겠지만.

 

문제는 한자를 읽을 줄 모른다는 거. 80년대에 중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중1 정도 수준의 한자는 읽을 수 있지만, <돌 위에 새긴 생각>에는 어려운 한자가 가득 나와서, 그 정도 한자 실력으로는 한문 독음을 조금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데는 조금도 문제가 없다.

 

장호가 전각가들에게 일러 새긴 전각 밑에는 이덕무가 해석한 글귀가 나와 있고, 그 밑에는 정민 선생이 사색한 글들이 실려 있으니, 전각과 한문을 그림으로 감상하고, 이덕무와 정민 선생의 글귀를 읽고 고민하고 사색하면 되니까.

 

그러니 나에게 이 책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될 텐데,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일단 한문 음을 알아내고(한문의 글자 수를 세어서 옥편을 찾는 방법을 어렸을 때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늘 잘못 세기 일쑤이니, 사실 가능한 방법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글귀를 곰곰이 씹어보고 고민해 보면서 글귀가 이해되면 남은 여백에 내 글을 잔뜩 써보는 것. 마흔 넘어 여러 본 들어보고 읽어본 듯 한 글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내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에 1쇄를 찍고, 3쇄를 거쳐, 2017년에 개정판 1쇄를 찍은 것으로 보아 많은 이들이 <돌 위에 새긴 생각>을 접했을 텐데, 모두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로서는 여러 곳에 오랫동안 들고 다니면서, 내 생각을 조금씩 써나가는 일지나 기록물처럼 사용하게 될 터인데, 사실 이 예쁜 전각과 글씨 옆에 악필을 하나 추가하는 게 가당키나 하나, 하는 걱정은 된다. 좀 더 고민해 볼 일이다.

 

전각의 원본이 들어 있는 <학산당인보>는 중국으로서도 중요한 보물일 텐데, 그 원본이 하버드대학에 있다는 것도 참, 여러 가지 찹찹한 마음이 들게 하고, 105쪽 전각 풀이를 보면서 정민 선생의 유머에도 웃어보고, 135쪽부터 137쪽까지는 어찌 일이 마음에 드는 글귀만 있을꼬, 하며 감탄도 해 본다.

 

입으로는 다만 마실 뿐 말해서는 안 된다(179), 했으니 눈으로는 보기만 할 뿐 평을 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다른 전각을 새긴 사람들은 모두 어떤 이였는지 궁금해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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