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나이를 찾아서 색깔 있는 과학 시리즈 1
김경렬 지음 / GIST PRESS(광주과학기술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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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보았을 때 출판사가 광주과학기술원이라고 써 있는데, 과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디자인이나 포맷을 디스하는 게 아니다. 사실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적절하고 어울리네, 라고 생각했다. 내용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문장도 깔끔해서 입자물리학, 방사능물리학, 운석학, 지리학, 화석학, 기타 지질학의 기본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단 하나 읽는 내내 불만이었다면 ‘~의’라는 표현이 남발되고 있다는 거? 한국어의 ‘~의’는 소유의 형태로만 사용해 주면 좋을 텐데. 책에서 ~의를 한 80퍼센트만 덜어내면 더욱 깔끔하고 멋진 문장들이 남을 것 같다. 물론 과학책을 읽고 소감을 쓰면서 어떤 근거 자료도 제시하지 못한 채 단호하게 80퍼센트라고 쓰고 있는 것은 반성한다).


지구의 나이를 찾아서라는 제목을 보면 지질학을 다룬 책이 아닐까 싶었지만 실제로 저자가 다룬 분야는 신학부터 지질학까지 다양하다. 등장하는 인물도 캘빈경부터 라부아지에까지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과학자부터 니어 같은 조금은 생소한 이름까지 다양하다. 스테노와 누중의 원리, 허턴의 동일과정의 법칙 같이 일반인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여러 법칙들도 깔끔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으며 다양하게 실은 실존 인물의 신화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초반에 아무 생각 없이 형광펜으로 쭉쭉 줄을 치면서 읽었는데 3분의 1쯤 읽다가 후회했다. 이런, 깨끗하게 보고 아이들이 읽어보게 했어야 하는데. 분명히 엄마가 낙서를 해놓았다고 투덜대거나 책을 손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읽어보라고 설득을 하거나 아니면 새로 구입을 해야겠다. 문득 여행을 간다면 진주운석이나 두원운석을 보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두원운석을 한국으로 반환할 수 있게 해 준 서울대 이민성 교수와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리며 문득 숙연해졌다. 자기들이 훔쳐간 남의 나라 물건을 영구임대 형식으로 돌려준 일본이나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나라들은 참으로 황당하구나 싶다가도 이 나라가 광포한 시대에 힘이 있었다면 우리라고 달랐으랴 싶으니 그쯤에서 분개는 멈추기로 했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일단은 45억년이라고 합의를 본 지구의 나이, 그리고 태양계의 나이. 과학은 반증가능한 사실만을 과학적 사실이라고 친다고 했던가. 45억년인 것이 아닌 것을 반증할 수 있다면 지구 나이 45억년이라는 서술은 과학적 서술이 된다. 그 서술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래도 반증 가능한 서술을 해주었기에 과학이 아니라고는 말하기 힘든(그러니까 과학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간간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은데) 어셔 주교와 안티오크의 주교 테오필루스에게도 조금만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기원전 4004년이나 기원전 5529년에 태어난 지구는 별로 재미는 없다. 분명히! (과학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니라는 반론도 기꺼이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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