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가 되기
존 가드너 지음, 임선근 옮김, 레이먼드 카버 서문 / 걷는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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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가 되기> 장편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장편소설가에 관한 책(띄어쓰기의 엄중함이 장편소설가는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특별한 사람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만 같다. 국어 사전에는 장편 소설은 띄어 쓰고 있다). 소설 가운데 장편을 쓰는 소설가가 아니라 장편소설가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에 관해 말해주고자 노력한 책.


소설 쓰기가 자기 삶의 전부인 많은 작가들처럼 전문가이기에 알고 있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관해 모든 것을 말해주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존 가드너가 써내려 간 소설가 되기 안내서는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결국 소설가는 나로서는 넘사벽이구먼, 하는 깨달음을 얻으며 씁쓸해지기도 했다.


소설가는 쓰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결국 멈추지 않고 쓰는 사람만이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엄중한 선언 앞에서는 많은 것이 결여된 소설 쓰기 능력 가운데 특히 장편 소설을 쓸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는 거의 없다는 것을 절절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장편소설가 되기>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소설가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존 가드너의 에세이, 존 가드너의 생애 한 부분을 다룬 자서전으로 읽어도 틀린 독서는 아니지 않을까 싶지만, 일주일 동안 내내 들고 다니면서 읽고 또 생각해본 바로는 이 책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목표가 무엇이 됐건 간에 분명히 도움이 되는 걸출한 안내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목표가 딱히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그 목표가 화가여도, 작곡가여도, 번역가여도, 혹은 사업가여도, <장평소설가 되기>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인생을 살아나가려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은 읽어보고, 자기에게 특별히 도움이 되었다면 곁에 두고 여러 번 읽어봐도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살면서 무언가를 이루어내려면 자신이 그 일에 적성이 있고 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적성이 있다면 능력을 기르고, 능력은 부족하지만 꼭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묵묵히 시간을 들여 능력을 기르면서 하고 또 해나가는 것. 타인의 시선에 매몰되지는 말되, 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것. 내가 만들어낸 결과를 구체화할 방법을 찾아가는 법. 나 자신을 좀 더 제대로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내는 것. 존 가드너는 장편소설가뿐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조언을 이 작은 책에서 마음껏 해준다.


물론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을 사람들은 글을 쓰거나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겠지만, 장편 소설을 쓸 마음이 없는 나도 아름다운 보라색 표지를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여러 번 이 책을 정독할 테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번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 것 같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그저 쓰고 싶었다는 이유로 정말로 소설을 쓰게 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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