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서재를 떠나보내며>의 부재는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이다. 망겔은 프랑스를 떠나면서 개인 서재를 정리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이제 몇 년 남은 생에 서재를 정리해 상자에 넣고 창고에 보관한다. 친구들은 저자의 서재를 나중에라도 복원할 수 있도록 어느 선반 어느 지점에 책들이 있었는지를 꼼꼼하게 정리한다. 서재 자체가 저자의 역사가 될 사람, 알베르토 망겔의 책이다. 망겔은 늘 보르헤스와 함께 있을 수밖에 없는 저자이지만 보르헤스보다 훨씬 편한 글을 쓰고 훨씬 더 사람들을 고민하는 저자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나는, 보르헤스를 고민할 때도 망겔의 책을 뒤적인다. <서재를 떠나보내며>도 역시 익숙하지만 또다시 새로운 보르헤스가 등장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단지 거기에만 머물지는 않을 터. 며칠 아껴가며 읽었지만 결국에는 끝을 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쉽고도 서운한 그런 독서였다.


망겔은 서재를 정리하는 순간 순간에 떠오른 소회를 문학과 역사와 인문적 사유로 풀어낸다. 서재를 정리하는 이야기이되 저자의 자서전이자 독서 감상문이며 평론이 되는 책이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나가도 행복하고 문득 책을 꺼내 아무 데나 펼쳐봐도 그 순간 내게 있는 여유 시간을 풍성하게 채워줄 책이다.


책의 가장 앞에 나와 있는 한국어판 서문. 서문부터 망겔은 이 책이 어떤 책이 될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다른 나라에서 출간한 책에는 당연히 없을 <서재를 떠나보내며>의 한국어판 서문. 다른 나라 독자들이여, 우리를 부러워 해도 된다. 서재를 정리한다는 주제를 넘어서는 심오한 사색들은 <서재를 떠나보내며>를 거듭해서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한 사람이 말해주는 책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저자들을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한평생 독서와 책과 도서관을 이야기하는 독자이자 작가이자 사서이자 번역가인 망겔의 책은 같은 주제를 끊임없이 다른 느낌으로 다른 형식으로 다른 내용을 써낸다. 망겔의 말에 화답해 멋진 주석을 달아주신 이종인 선생의 노력도 빛이 나는 책이다. 누구보다도 닮고 싶은 알베르토 망겔의 책. 저자는 부디 너무나도 오래 살아 더 많은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주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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