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 이덕무 청언소품
정민 지음 / 열림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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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국문과 교수이신 정민 선생님이 번역하고 글을 쓰신 이덕무 선생의 청언소품이다. 정민 선생님과 이덕무 선생의 조합이라면 읽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 더구나 초판 20년 만에 다시 간행되는 귀한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한 번을 다 읽고 그 뒤부터는 옆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춰보면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내면 한 번 들여다보면 좋을 멋진 책이다.


이덕무 선생처럼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삼아 날을 새고 책을 읽어나갈 수는 없지만 선생이 직접 지은 자서전 <간서치전>에 나도 미치지 못할 것이 무엇이냐 뽐내보는 독서이다.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는 것도 비슷하고 책을 읽는다고 쌀이 나오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 것도 비슷하니, 내 이덕무 선생에게 질 것 없다 억지를 부려 본다해도 마음에 그늘질 일도 없다.


이덕무 선생은 “글을 읽었다면서도 시정을 향한 마음을 지녔다면, 시정에 있으면서 능히 글을 읽느니만 못하다.”(117)라고 하셨다. 책을 앞에 두고 있어도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라 한다. 책을 읽기 전에 써먹을 궁리만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한다. 캬, 나는 책을 읽어도 써먹을 데가 없음을 이미 알고 있으니 능히 이덕무 선생의 벗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충대충 읽고 되는 대로 외워서는 자기에게 이익되게 할 수 없다.”(257쪽)라고도 하셨다. 나는 대충대충 읽되 되는 대로건 뭐건 외우지 않으니 애초에 이익을 탐하지 않는 선비라고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능히 이덕무 선생의 벗이 될 수 있을 터.


속으로 이런 농담을 하면서 쭉 읽어나갔으나 사실 마음은 아주 무거웠다.


옛 성현의 말씀은 좀 더 진득하게 책을 읽고 나를 생각하고 세상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꾸짖으시니까. “독서는 정신을 기쁘게 함이 으뜸이 되고, 그 다음은 받아들여 활용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식견을 넓히는 것이다.”(301쪽)


이덕무 선생의 차분한 짧은 글귀는 여러 차례 거듭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한참을 고민한 뒤에 읽는 정민 선생의 글은 내 생각을 들은 또 다른 저자의 가르침이라 새롭고도 즐겁다. 한문을 알지 못하는 것이, 한자를 읽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의 짐이었는데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은 그저 눈으로 보고 쭉 시선을 따라가면서도 마음이 편해진다. 왠지 이덕무 선생은 내 공부에 집중하고 남의 공부를 탓하지 않은 너그러운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겠지.


낚싯대를 드리우고 찌에 집중하면서 오롯이 나에게 골몰하는 삶을, 시간을, 공부를 해보고 싶다. 정민 선생님이 계속해서 좋은 책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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