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다 나남시선 97
박규리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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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노라면 작가가 보인다.
겸손, 분노, 슬픔, 기쁨, 다정 등등
어느 쪽에 무게를 더 뒀냐는 저절로 읽힌다.

박규리 시집, ‘사무치다’는
제목에서 이미 마음을 들켜버렸다.

착착 감겨 오는 묵직한 적멸(寂滅).
1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도 찾아보겠다.

‘너를 만나고 나를 용서하고 너를 다시 보낼 때까지 그러나 나는 한 번이라도 내게 진실했을까 얼마나 사무쳐야 아무런 불빛 없이 나를 말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사무쳐야 빛도 어둠도 없는 그곳에서 기어이 너와 하나 될 수 있을까
(중략)

아직은 더, 더, 사무쳐야 한다고!’
<‘사무치다’ 부분>

씨줄과 날줄은 그대로 화두(話頭)다.
이야기 말머리를 따라가다 보니
내가 강 끝 저편으로 저절로 밀려나는 느낌.
*
눈물을 닦지 마라
눈물을 닦지 말고 눈물 속에서 길을 보아라

때로 눈물 속의 길이 더 선명하리니
때로 눈물 너머의 길이 더욱 밝으리니

이 쓸쓸한 지상에
눈물 없는 길이 어디 있으랴

눈물 없는 길은 눈물 속에만 있으니
깊은 밤에 여명 더 사무쳐 찬란하듯
<‘눈물을 닦지 마라’ 전부>
-
동어반복(同語反覆)이 되풀이돼도
하나도 지겹지 않은 ‘사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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