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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평점 :

소중히 간직하여 왔던 40년 전의 첫 사랑을 이제와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 속에 툭!하고 조약돌을 하나 던지는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첫 사랑이 있었던가... 싶은 저에게는 일어나리라 상상하기 힘든 장편 소설... 오랜만에 만나는 공지영 작가님의 '먼 바다' 입니다. 이번 공지영 작가님의 '먼 바다'를 만나기 전에 제가 이분의 읽은 이분의 작품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리고 아주아주 유명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렇게 두 권 정도가 전부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 이후로는 소설은 많이 읽지 않은데다가, 사실 솔직히 학창 시절에도 읽었었던 소설도 SF 아니면 추리소설, 혹은 수험용으로 읽었던 고전소설들이 전부였던지라...ㅠㅠ 아무튼 오랜만에 공지영 작가님의 장편소설 '먼 바다'는 이런 소설과는 조금 먼듯한 식성을 가진 저의 평범한 일상에 조금 비약적일 수도 있겠지만, 첫 사랑만큼이나 새로운 조약돌 하나를 툭!하고 던지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신선하기도 합니다. 사실 그동안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들은 조금은 '사회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었는데요, 이번 책은 그런 사회적인 면에서 조금은 달라진 듯한 내용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주인공은 독문학과 교수인 미호라는 여성입니다. 심포지움 참여를 위해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이 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 전에 우연하게 SNS를 통해 연락이 닿게 된 40년전의 첫사랑 요셉이라는 남성을 만나기로 하지요. 40년이라니! 주인공의 나이를 미루어 어림짐작해보건데 50은 훌쩍 넘었을 나이에 오히려 60을 바라보고 있으리라 추정됩니다. 40년전에 성당 고등부 교사였던 신학생 요셉, 그리고 성당을 다니던 열일곱 여고생 미호는 성당 행사를 가던 춘천행 기차에서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하는데요, 신학생의 신분과 함께 1980년 군부독재 당시의 파란만장한 가족사 등이 서로 얽히고 섥힌 가운데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미호가 요셉의 고백을 거절하고 도망쳤다고 하는데요. 소설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미호의 기억이 사는 동안 내내 첫 사랑의 아픔으로 평생 마음 한켠에 두고두고 남아있었으리라 싶습니다. 가끔 가족들과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같은 상황 속에 일어난 사건들이 서로 다르 기억으로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보곤 하지요. 뭐... 이를테면 그냥 일례로, 저는 아이가 도로를 지나갈 적에 자전거가 다가와서 위험해 보여서 아이를 뒤로 확! 잡아 끌어 당겼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조용히 서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잡아당겨서 놀랐고 무서웠다... 이러한 서로 다른 입장차에 의한 상이한 기억이 있곤 하죠. 미호와 요셉 역시 40년만의 해후에 어떠한 기억과 마음으로 만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주인공 미호가 비행기를 타고 자신의 가족들과 만나고, 여전한 어머니에게 실망을 느껴가는 와중에도 이 책을 놓지 못하였던 이유는 이러한 40년만의 재회때문이었습니다. 미호와 요셉과의 만남... 40년이라는 숫자가 이토록 설레게 만들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괜찮아, 그래도 예뻐," "내 인생에서 너보다 더 예뻤던 사람은 없었어" 아... 저에게도 이렇게 무심하지만 따뜻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 미호는 정말 좋겠다...라고 부럽다는 생각마저 하며 잠시나마 이런 따뜻함에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는 저에게 새삼 놀라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실제로 이런 첫 사랑을 하신 걸까요? 장편소설 '먼 바다'를 읽으면서 자꾸 공지영 작가님과 미호를 동일시하게 되는 저는 어쩌면 상상력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사랑의 동생과의 만남 미호와 요셉의 만남 뒤에 또 이런 일화가 숨겨져 있었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40년전에는 풋풋한 연애마저도 서로의 집안 사정을 살펴야하는 현실이 뒤에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에 괜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 뒤에 늘 웅크리고 있는 이런 현실의 압박은 사실 피하기 힘들 것 같지요. 두근두근~♥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않아서 첫 사랑인 것인 걸까요? 공지영 작가님의 '먼 바다'에서도 이런 글이 나오네요. "사랑했던 기억보다 더 많이 그 사람을 거절했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것이 아팠다." 앞으로 살아갈 남은 생만큼 남겨둔 결말이 조금은 아쉽지만 허구이기에 그 아쉬움을 저 나름대로 또다른 아름다운 허구로 덮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