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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궁금해 - 당신의 강아지를 이해하는 101가지 열쇠
마티 베커.지나 스패더포리 지음, 이신정 옮김 / 펜타그램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첫인상은 '강아지가 궁금해'라는 문학적(?) 제목이 특이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리버리한 듯하면서도 몹시 귀여운 강아지 그림이 눈을 끌었다. 책을 읽다보면 짧고 웃기는(글쓴이의 유머감각이 곳곳에 빛난다) 가운데 많은 정보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는 저자들이 정말로 개를 사랑할뿐 아니라 사람과 애완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정말로 관심이 많다는 것.
표지와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이 책은 애완동물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뉴얼 류의 책은 아니다.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알아야 할 상식들이 많이 나와 있긴 하지만, 사전이나 지도책처럼 단순한 사실과 정보가 무미건조하게 실려 있진 않다. 사람과 동물이 어울려 산다는 것, 특히 요즘처럼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사람이 이룬 문명 속에서 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고 할까.
이 책이 (나에게) 알려준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개는 결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개가 사람처럼 무엇을 사고하고 판단한다거나, 기쁨이나 슬픔 심지어 우울함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 책을 보면 개는 지극히 단순해서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충실할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TV오락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의인화된 이미지는 당연히 몽땅 버려야 한다. 따라서, 개를 함부로 혼내거나 일관되지 못하게 대하는 것도 금물이다. 개를 있는그대로 온전히 이해한 후에 비로소 개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책은 101개의 짧은(어느 것은 조금 길지만) 문답 형식으로 글을 썼기 때문에 책을 읽기에는 부담이 전혀 없다. 앞에서부터 읽어도 되고, 목차를 보고 관심있는 부분을 골라 읽어도 되고, 또는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름난 수의사와 애완동물 전문 칼럼니스트답게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깊이와 자세함은 결코 만만치 않다. 개가 왜 화장실 변기 물을 마시는지, 왜 혼자 놔두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지, 후각이 사람에 비해 어느 정도 예민한지 등 평소 애완견에 관심있는 사람들 막연히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이 책은 명확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며 친절하고 정확하게 알려준다.
키우는 애완견이 잘 먹고 잘 지낸다면 이 책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애완견의 행동 하나, 상태 하나도 세심히 읽어내고, 애완견과 주인의 진정한 교감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