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이유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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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의 배스킨라빈스 장면을 읽고 있자니, 애정하는 매거진 『페이퍼』에서 예전에 보았던 두식 앤 띨띨이 떠올랐다. 야외의 작은 파티였던 것 같은데, 참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라오는 그림들이 좋아서 스크랩하고 그랬었는데. 그 후로 『나의 소녀』도 구입하고, 루싸이트 토끼와 함께 만든 앨범 『RHYTHM 』도 주문하고 그랬었다. 아, 맞다. 『사생일지 : 연』도 있었지. 『계절의 이유』에 이르기까지 사이 사이 이렇게 징검다리가 있었네.

“한적한 길가에 핀 제멋대로 피어난 들꽃”부터 “바다 위에 피어난 금빛 꽃들”, “벤치 옆에 핀 개망초”,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어디선가 우는 뻐꾸기”, “찐 호박잎에 밥과 쌈장”, “빛이 사라진 뒤에도 묵묵히 바다를 지키는 배의 이름”, “볼품없고 초라해보이는 그 불꽃”까지.

잠시 머물다 사라질지라도. 저마다 그 자리에 존재하며 우리에게 순간 순간 기쁨과 위로를 건네는. 작고 여린 것들에 시선을 둔다. 눈 앞에 등대의 불빛이 아른거리고, 바람이 살랑이며 곁을 지나가는 것만 같다. 여름이 오고 있다고, 지금 밖에는 개망초가 한창인데. 더 자주 가만히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헤어짐’에 따르는 감정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책을 열기가 내심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용기내어 펼치길 잘했다. 이렇게 함께 지나오는 거구나 싶다. 사람들과 함께, 계절들과 함께, 그려낸 그림들과 함께, 써내려간 글들과 함께.

“잠시 눈을 감고 이 모든 소리를 듣고, 다시 눈을 뜨고 이 모든 풍경을 본다. 세계는 어디에나 있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고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을 듣고 볼 수 있다. 마음의 화폭에 그 세계를 담는다. 그러면 그 세계는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아직 푸른 잎사귀로 가득한 나뭇가지 사이에서, 붉은 나뭇잎 하나가 타오르기 시작한다. 여름이 간다. 어느 나무는 벌써 노랗게 물든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계절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가을이 온다.”

이 부분은 너무 좋아서. 가을이 오면 다시 읽으려고, 포스트 잇에 ‘가을’이라고 써서 페이지에 표시해두었다. 평화 그 자체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이렇게 오겠구나하고 기다려진다.

『계절의 이유』를 다 읽고,『사생일지 : 연』도 다시 펼쳐보게 되었는데. 연을 그리러 갔던 날들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보니 또 새롭다. 그때 이렇게 연의 모습을 담아내셨겠구나 하면서. 두 권을 이어서 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이런 저런 노래들이 떠올랐는데. 손지연의 「조각배」, 조월의 「불꽃놀이」, 이다오의 「등대지기」, 루싸이트 토끼의 「RHYTHM 2」, 그리고 이소라가 부른 「가을 시선」, 강아솔의 「모두가 있는 곳으로」까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들으면서 『계절의 이유』를 반추해야지.

https://music.youtube.com/playlist?list=PL1fCgO3fiBwVLaPsPHW6dhcyuZHajhPWd&si=N-f_WoTHEVc1zq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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