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애인에게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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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애인의애인에게 #백영옥

다채로운 컬러의 두 존 재, 웅크린 자와 웅크린 자를 끌어안은 자가 있다. 표지부터 강렬했던 <애인의 애인에게>. 감촉이 깜짝 놀랄 정도로 부드러웠다. 무슨 종이길래 이렇게 한없이 부드럽지. 사람들도 이 표지를 한 번쯤 만져보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누군가의 살결을 그리워할 수도 있겠다.

아름다움, 격렬, 절정, 결핍, 외로움, 경멸, 증오, 고통, 지겨움, 집착, 공포, 분노, 죄책감, 욕망, 모순, 허망, 상처, 미안함 등등. 인간으로 하여금 사랑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애인의 애인에게>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을 끌어 안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이야기다.

“인간은 각자의 사랑을 할 뿐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한다. 그는 그의 사랑을 한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사랑할 뿐, 우리 두 사람이 같은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너무나 외로워 내 그림자라도 안고 싶어졌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노트에 옮겨 적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이 사실을 깨달은 누군가를, 외로워서 자신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누군가를, 그런 사람을 만나면 조금 덜 외로울까 하고. 그리고는 몬탁행 기차에 탄 마리에게 보내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감정들이 흘러넘쳐 비로소 비워진 얼굴의 단면을 아는 마리에게, 한 사람이 선택한 유일한 소통 방식이 침묵이라 절망에 빠진 마리에게, 미리 아파하느라 자기가 가진 현재의 시간을 탕진해버린 마리에게, 사랑이 끝났을 때에야 이해의 언저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마리에게, 욕망과 미련과 집착이 끝내 사랑일 수 없다면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묻는 마리에게, 성주와 함께 묵었던 첼시 호텔의 빈 벽을 바라보는 마리에게, 무릎에 난 멍처럼 푸른 빛의 미시간 호를 바라보는 마리에게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1fCgO3fiBwWCFrK1uywFlWOcZyVMOZ_Y&si=dn6lknOxnYf7U2j8

“평생 열쇠가 없어 문을 열지 못하는 악몽을 꾸던 여자가, 평생 어떤 문의 열쇠인지 알 수 없는 열쇠만 쥐고 있는 악몽을 꾸던 남자와 만나면 벌어지게 되는 일들을 우리는 한동안 함께 겪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마리씨, 몬탁 잘 다녀와요.

(도서를 김영사로부터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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