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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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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확신이 아니라 모종의 믿음에서 오는 게 아닐까.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겠지만, 꾸준하리라는 믿음.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리라는 믿음. 심드렁하고 의심스럽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믿음. 이런 다양한 종류의 믿음이 내가 하는 일과 내일에 좀 더 근접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은 그 믿음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유지해온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자의 시기를 넘겨온 이들에게서 내가 넘어설 것들과 넘어온 것들을 발견한다.

 

영화감독 윤가은

과정이 즐겁고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유일하게 의지해야 할 사람들을 힘들게 해서는 결국엔 좋은 작품이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과물이 받는 평가만큼이나, 과정의 건강함이 일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바리스타 전주연

잘하는 걸 했을 때 얻는 성취감도 있지만 몰랐던 일을 하면서 얻는 재미는 또 달라요.

그 확신은 좋아하는 일만큼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다고 생각했어요.

 

작가 정세랑

일단 작품을 발표할 수 있게 되고 책을 내 문학상 후보에 오르거나 상을 받으면 주류 평단에서는 작가가 지닌 장르적 색채를 그의 개성 있는 작품 세계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SF나 판타지 소설 작가가 아니라 문단의 장르적 작가가 되는 셈이다.

아웃풋이 안 될 땐 아웃풋만 어떻게 해 보려고 하는데 인풋을 조정해야 맞아요.

 

경영인 엄윤미

따라가면서 욕하는 건 쉽죠. 의사 결정을 하고, 최전선에서 그걸 관철하는 일이 어려워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사하죠.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개인에게 요구하는 패키지같은 것이 있다는 걸 이십 대에 자각한 게 정말 큰 경험이었거든요.

시가가 유학을 가게 해 주는 게 대단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내가 그런 말을 듣는 게 나 때문이 아니라 한국 사회 때문이라는 걸 자각했다는 것이 컸어요.

 

고인류학자 이상희

그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결정권을 가져야, 설계 단계부터 결과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우리가 없어진 세상을 준비하기.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그럼 내가 언제 욕심을 부리지 않느냐를 생각해 보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때란 말이죠. 내 행적이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는 나의 욕심을 절제하게 되거든요.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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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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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말들의 흐름’이라는 시리즈가 신선한 인상을 준다. 두 낱말을 제시하고 그에 관한 글을 쓰면 다음 작가가 앞서 제시된 낱말의 두 번째 것에 이어 끝말잇기 하듯 주제를 연결해 나가는 것이다. 정지돈 작가는 금정연 서평가의 『담배와 영화』에 이어 『영화와 시』로 이야기를 꾸렸다. (둘은 독자와의 대화나 강연을 함께 진행하기도 하는 가까운 사이다.)
작가는 초탈하고 회의적이기까지 한 시선으로 본인의 안팎에 존재하는 시와 영화의 흔적에 대해 말한다. 그에게 영화와 시의 가치는 어떤 희망적이거나 활력적인 동인이 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책의 말미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대상들을 모른다는(궁금하다는) 사실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에 일상의 전반적인 지루함을 견딜 수 있게 만든다.
예술계나 시, 영화에 대한 다양한 진술이 앞서 언급한 그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개별 요소들에 대한 투입과 그로 인한 사실과 의견의 혼합이 보다 새로운 의미작용을 빚는다. 이는 차례 중 ‘아마도 내가 당신의 아내가 되지 않은 것은 잘된 일’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아름다움과 분석적인 것은 반대 항이 아니다.” 또한 좋은 글의 불안정성을 인정하며, 결여로 인해 글이 온전함을 획득한다고 말한다. “배제와 적대”를 가치처럼 이용하는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또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작가의 말처럼 ‘복붙’한 부분이긴 하지만) 영화평론가 기리쉬 샴부의 ‘새로운 시네필리아를 위하여 For a New Cinephilia’였다. 이전의(이때까지의) 시네필과 새로운 시네필의 가치 변동과 대안을 넘어선 지금 이곳의 경향에 대한 보고이자 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중 일부는 이런 내용이다.(‘복제 예찬’이라는 주제에서 작가가 ‘복붙’을 했으니 나도 해본다. 부분적인 ‘복붙’이니 ‘온전한 복제‘라는 진위에서는 멀어지겠지만...)
“영화문화에서 영화의 가치는 영화를 보는 즐거움으로부터 나왔다. 낡은 시네필리아는 미학적 즐거움을 특권화했고, 이는 영화를 가치 매기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네필리아는 영화의 즐거움과 가치에 관한 더욱더 폭넓은 개념으로 영화를 본다. 주변화된 사람들의 삶, 주체성, 경험, 세계가 곧 그들의 중심이다.”
“말하고, 쓰고, 언급하고, 선별하는 모든 시네필적 행위는 불평등한 세계에 개입하는 행위여야만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세계적 순간에 완연히 접속하는 시네필리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선언이 ’낡은 시네필리아‘의 의식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건 아니다. “각 시네필리아에게는 저마다 다른 가치와 신념-세계를 보는 방식-이 있”고 이분법적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모두가 “개별적 시네필”로서 살아간다는 전제 위에 형성된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실로 오랜만에 영화와 영화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고민해봤다. 더불어 내가 영화를 전공한 이유를 다시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예상치 않게,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영화 평론과 영화를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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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에반스 - 재즈의 초상 현대 예술의 거장
피터 페팅거 지음,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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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을 마주할 때 내가 드는 생각은 크게 두 가지다. 인물에 대한 경외감과 평전 자체에 대한 경외감. 
[빌 에반스 : 재즈의 초상]의 저자 피터 페팅거와 역자인 황덕호 님 같이 나 역시 빌 에반스의 음악으로 재즈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처음 들었던 빌 에반스의 연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번역된 평전(원서의 제목은 How My Heart Sings. 얼 진다즈가 작곡했다)과 동명의 앨범 [Portrait in Jazz]의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이었다. 이 곡의 원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사운드트랙이라는 사실을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알았고, 대중적인 곡들을 기시감의 범주에서 끄집어내어 ‘익숙함으로부터 재창조’하는 능력은 여간 비범한 능력이 아니라는 것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이는 그 어떤 편견 없이 음악을 솔직하게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고, 나는 계속 재즈를 들으며 그게 얼마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지를 매번 느껴왔다. 이러한 음악적으로 순수한 접근에 대해 책에서는 빌 에반스가 이야기한 ‘보편적 음악적 심성’을 언급한다.
“난 평범한 사람들의 견해가 직업적인 음악인의 것보다 음악을 판단함에 있어서 덜 타당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난 종종 직업적인 사람들보다는 감수성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판단에 더 귀를 기울이는데, 그 이유는 직업적인 음악인들은 음악의 메커니즘에 늘 매달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는 순수한 감정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야 한다.”(p.375 ~ 376) 
이처럼 그의 순수성은 본질과 맞닿아있고, 동시에 그는 스스로의 음악을 장르적(재즈나 클래식이라는 개념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 “여러 양식들과 내가 속해 있는 전통 안에서 가장 총체적인 음악적, 인간적 표현이 무엇일지를 고려할 뿐”(p.571) 외부에서 생산된 기표로 자신의 음악을 검열하는 행위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역자가 이야기 한 것처럼 그의 음악과 존재감은 현재까지 이토록 독자적이며 독보적이다.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이 지니고 있는 신념의 골자는 대부분 비슷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이 평전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것들, 본질, 그것은 위대한 것”(p.50)이라는 믿음이자 명제이며, “기교란 우리의 감정과 생각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줄 때 비로소 본질적으로 그 궁극에 와있는 것”(같은 쪽)이고 “위대한 예술가는 사물의 심성에 정확히 다가간다”(같은 쪽)는 확신이다.
이 아득하고 경외로운 한 예술가의 세계를 우리는 재생버튼만 누르면 만날 수 있다.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공공연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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