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유기생물학의 난제 중 하나다.‘ 식물‘ 중에는 도저히 홀로 생존할 수 없을 만치 기형적으로 전화 한 종이 유달리 많다. 이들의 가지나 줄기는 가늘고 약한 데 비해 열매기관은 너무 많고 무겁다. 그들이 열매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대다 죽지 않게 하려면, 누군가 줄기를 지지대에 묶어주거나 열매기관 을 수시로 제거해야 한다. 이런 기이한 형질 변화의 이유는 지금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한 유기생물학자가 이에 대해 기묘한 가설을 발표했다.그 식물들은 자신의 절대적인 적대자이자 포식자에게 제 몸을 영양으로 제공하고, 대신 자신과 자손을 돌보고 널리 번식시켜달라는 맹약을 맺었다는 것이다.그들은 서약을 한 뒤 몸 대부분을 먹이로 치환하는 극단적인 신체 개조를 감행했다. 그 종자들이 결국 대량 멸종의 시대를 이겨내고 살아남아 번성하여 지금껏 전한다는 것이다. 서로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이들이 공진화한 방식이었다. 투쟁이나 다름없는 공생이었다.”로봇을 통해 인간의 아름다움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한계와 공존을 강조한다. 작가의 상상력에 놀랍다는 말 밖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기계들이 감정의 고저를 아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느끼도록 만들어지는 것부터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강압이라고 봐요. 이용하는 거죠. 쾌락과 고통에 무감각하고 무엇도 욕망하지 않는 기계, 끔찍한 사건에도 평정을 유지하는 기계, 완벽히 객관적이고 정의로운 기계는 산업현장이나 경영전략실에 놓일 뿐이지 인간의 친구는 되지 못하니까요. 우리네 설계사의 업무란 결국 인간이 아닐 수 있는 존재에게 인간의 염증을 주입하는 것이고요.˝인공지능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