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유기생물학의 난제 중 하나다.‘ 식물‘ 중에는 도저히 홀로 생존할 수 없을 만치 기형적으로 전화 한 종이 유달리 많다. 이들의 가지나 줄기는 가늘고 약한 데 비해 열매기관은 너무 많고 무겁다. 그들이 열매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대다 죽지 않게 하려면, 누군가 줄기를 지지대에 묶어주거나 열매기관 을 수시로 제거해야 한다. 이런 기이한 형질 변화의 이유는 지금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한 유기생물학자가 이에 대해 기묘한 가설을 발표했다.그 식물들은 자신의 절대적인 적대자이자 포식자에게 제 몸을 영양으로 제공하고, 대신 자신과 자손을 돌보고 널리 번식시켜달라는 맹약을 맺었다는 것이다.그들은 서약을 한 뒤 몸 대부분을 먹이로 치환하는 극단적인 신체 개조를 감행했다. 그 종자들이 결국 대량 멸종의 시대를 이겨내고 살아남아 번성하여 지금껏 전한다는 것이다. 서로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이들이 공진화한 방식이었다. 투쟁이나 다름없는 공생이었다.”로봇을 통해 인간의 아름다움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한계와 공존을 강조한다. 작가의 상상력에 놀랍다는 말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