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종환님의 산방일기에서 참으로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시인은 아픈김에 휴양차 산방에 들어왔지만, 읽는이로 하여금 무언가 얻게 하네요.

그는 말합니다. 자연이 그에게 말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은것에 불과하다구요.

그렇지만,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가 자연에게서 베낀 자연의 언어들은 형용할수 없는 기쁨이 되어

다가와 줍니다. 평소에 느끼지 못하고 살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가득히느낄수 있는

마음 편안해 지는 그런 책이었답니다.

너없이 어찌 향기 있으랴.

여러일화들이 소개되어지는데, 그중 몇편이 마음에 닿았네요.

버스시간이 촉박해져서 우동가게에 들렀는데, 오늘은 여유롭게 식사를 하기로 정해서 우동을 시간만큼만 먹습니다.

바삐 서두르면 입은 대이겠지만 우동은 다 먹을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고 말이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다먹고, 다 누리고, 다 쓰다가는게 아닙니다.

우리의 생은 언제든지 아직 다 하지 못하것이 남아있는 채로 마감될 것입니다.

허락된 만큼 살다가 가는것입니다. 내앞에 차려진 밥상을 다 먹고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내 욕심입니다.

우동 한그릇에 심오한 생각이 깃들어져 있어서 왠지 더 숙연해집니다.

 

[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이렇게 늦게 내게와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너

너없이 어찌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있으랴.]

지인에게서 받은 꽃다발중 제일 오래가는 들국화를 여러날 바라보다가 쓴 시라고 하는데, 들국화를 가까이 하다보니

들국화가 들려준 말을 적은거라고 하는 시인~

늦게 까지 남아 향기를 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어린시절 엄마에게  엄마의 향기가 좋아서 얼굴을 부비곤 했습니다. 특별한 향수를 쓰시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지은이도 고독한 산방에서 자연을 벗삼아서 자연의 향기를 엄마의 품처럼 생각하지는 않았을까요?

 

진초록보다 연두가 강합니다. 초록은 연두에서 시작합니다.

사월의 연두가 없었으면 유월의 초록은 존재할수 없습니다.

여린것이강한것입니다. 부드러운것이 강한것을 이깁니다.

연두야 말로 가장 강한 빛입니다.

 

꽃을 좋아하는 아니 꽃을 사랑하는 도종환님.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분에게서 연두의 강함을 느낍니다.

그분도 연두의 빛처럼 순수하지마, 그래서 더욱더 강해보입니다.

간만에 마음이 편안해 지는 책을 읽었습니다. 짧은 만남 긴여운 입니다.

책을 덮으면서 책속의 향기까지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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