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마을이 좋아 ㅣ 송정마을 그림책
김병하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3월
평점 :
나물을 다듬고 있는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이 정감가는 책을 만났어요.
처음에 책을 읽기 전에는 매우 밝은 책일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보니까 약간은 울먹임도 있는 책이었지요.
책한권에 할머니의 인생이 담겨 있었어요.
나는
내가 태어나 자란
우리 마을이 좋아.
할머니는 그 고장에서 나고 자라고, 결혼까지 그 고향에서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고생만 하시던 할아버지가 저세상으로 먼저 가시고, 할머니는
다시 혼자가 되셨죠.
할아버지가 도시로 떠난 자식들이 그리워서 맨날 우셨다는 대목에서는
할머니도 그러셨을거라 미뤄 짐작해 봅니다.

이제는 만사가 귀찮어.
꽃나무 가꾸는 것이나 재미있지.
비오믄 비 맞으라고 옮겨주고,
비 안오믄 말라 죽을까봐 물 주고,
꽃피는 거 보고, 자라는거 보고,
자식이 자랄때는 자식키우는 재미로 살다가, 자식들이 모두 장성하여
고향을 떠날때, 할머니는 이제 꽃나무에 정성을 쏟으십니다.
우리네 부모들도 그러하셨을 겁니다.
핸드폰 사진에 결혼전에는 내사진만 들어있다가, 점점 자식들 사진만 찍다가
요즘에는 꽃사진만 찍게 되는것 같아요.
여름에는 여기로 모이지.
시원해서 모이고,
심심허니께 모이고,
별일 없었는지 궁금하니께 모이고,
그런디 여기는 매미가 그성이여.
찌이이 우는 놈이 있다가
맴맴맴 우는 놈이 있고,
어떤 놈은 칠월 팔월 울고,
또 어떤 놈은 외왕!와왕!하고 울어 싸.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겄어.
여름매미가 우는 소리는 가지각색입니다.
여러가지 매미가 있다는걸, 울음소리로 알수 있지요.
동네 마을회관에서 모이든 동네 정자로 모여든 어르신들을 볼 수 있지요.
서러운 일도 재미난 일도 참 많아.
그래도 나는 우리 마을이 좋아.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지.
땅으로 바람으로 돌아가는 거지.
얼마나 좋아.
모든 생에서 초연해진 할머니의 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입니다.
할머니가 인생을 정리하시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네 인생을 정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대목은 좀 가슴이먹먹해지는 것 같아요.
할머니는 태어난 곳에서 결혼하고 죽음까지 맞이하려 하시네요.
책 한권에서 인생을 엿볼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