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쉽게 읽히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해서 암울했던 과거, 그 과거와 별 다를 바 없는 현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포기하지 않고 크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처음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그것이 실제로 대중들에게 크게 각인된 것은 2011년 청문회 때 있었던 성희롱에 대한, 한 직원의 용감한 발언 덕분.

맨스플레인은 남자가 여자는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라는 전제하에 뭐든 가르치려 드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단어는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그 언어의 등장 이전에는 희미하기만 했던 모호한 불쾌함이 더욱 선명해졌다.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 태도는 여자를 자기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무시한다고 화를 낸다. 화는 살인으로, 성폭행으로 표출된다. 그러니까 문제는 남자와 여자가 같은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지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하고 그게 정말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출생의 비밀. 뒤바뀐 운명. 엇갈리는 사랑. 어찌 보면 진부하고 통속적인 설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설정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결코 뻔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엄청난 분량임에도 속도감 있게 읽힌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다. 감정 묘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 변화도 세밀하게 그려 낸다. 빅토리아 시대라는 특수한 배경 덕분에 어쩌면 더 드라마틱했는지도 모르겠다. 세련되게 감추어진 폭력이 아니라, 심지어 유치하게까지 느껴지는 노골적인 폭력들. 삼촌은 아무렇지 않게 질녀를 감금하고 어떤 의미에서 집요하게 희롱한다. 그리고 다른 남자들은 그걸 방관하고 이용한다.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사랑은 광기에 가깝고, 그건 두 사람 모두를, 아니 어머니를 포함해 세 여자 모두를 상처 입힌다. 하지만 역시 해피엔딩이다. 악당들은 모두 제 꾀에 넘어가 사라져버렸고 결국 서로를 사랑했던 수와 모드만이 남았다. 수가 모드를 그리워하며 끙끙 앓았던 것. 모드가 수에게 자신이 해왔던 일, 그리고 앞으로 먹고 살 일에 대해서 고백한 장면.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의 슬픔과 기쁨 우리시대의 논리 19
정혜윤 지음 / 후마니타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땅히 주목되어야 할 사실들에 대해서, 그리고 마땅히 분노해야 할 부조리함에 대해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때론 절절하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축구는 잘 모르니 그냥 찍어서 1:2로 한국 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도쿄 세타가야 구의 산겐자야는 세타가야 구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상업 도시이면서, 기치조지, 지유가오카와 나란히 ‘살고 싶은 지역’으로 꼽힌다. 시부야와 가깝고(도큐덴엔도시 선으로 5분 거리),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는 점, 그리고 카페 붐이 일어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화려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역 앞에 위치한 ‘에코나카미세 상점가(2차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에 생겨났다)’나, ‘스즈란도오리(스즈란 상점가)’를 지나면 ‘화려한 도시’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일본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기 직전인 1950년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기타모리 고가 창조한 맥주바 ‘가나리야’는 바로 그 상점가를 지나 어두운 골목길을 빠져나온 곳에 자리해 있다. 열 명 정도의 손님이 겨우 앉을 수 있는 L자형 카운터와 이인용 탁자가 두 개. 네 개의 간접 조명이 이 가게의 전부다. 입지조건이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이곳 가나리야에는 늘 단골손님들이 넘친다. 그곳에 가면 연령 불명의, 와인레드 빛 앞치마를 두르고 그 앞치마에 수놓인 요크셔테리어와 닮은 남자, 비어서버의 책임자이자 기묘한 능력의 소유자인 ‘구도 테쓰야’를 만날 수 있다.

‘가나리야’ 시리즈는 일본에서 총 네 권으로 완결되었다. 첫 번째 시리즈는 한국에서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 됐다. ‘구도 테쓰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단골손님이 주를 이루는 가게답게, 각 단편마다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주변인물이 있다. ‘기타’와 ‘히가시야마’는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해서 감초역할을 한다. ‘이지마 나나오’는 첫 시리즈의 첫 번째 단편과 마지막 단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때까지 나나오는 아직 구도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두 번째 시리즈인 <桜宵>에서는 구도와 새로운 인물인 가즈키 사이의 관계를 질투할 정도로 구도에게 꽤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리즈 작품의 매력은 시리즈가 거듭 될수록 자주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캐릭터들이 활자의 틀에서 벗어나 고유의 매력을 발휘하는 순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생생하고 디테일한 묘사는 작품의 사실성을 더욱 높이고, 독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어느새 비좁은 카운터 석에 앉아, 황금빛 맥주를 홀짝이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정말 도쿄 산겐자야 어딘가에 이 매력적인 맥주바 ‘가나리야’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지도 모르겠다. 조지 오웰이 묘사한 이상적인 펍인 ‘물속의 달’처럼, ‘가나리야’도 누군가는 한 번쯤 꿈꿔 봤을 법한 이상적인 맥주바인 것이다.

그곳에서는 요리메뉴판을 펼칠 필요가 없다. 그때그때 구도가 추천한 요리를 즐기면 그만이다. 당신이 만약 운이 좋다면 누군가 흥미롭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른다. 원하는 사람은 그 이야기에 마음껏 끼어들어도 좋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명탐정 구도가 기꺼이 당신들을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기타모리 고의 작품을 두 개밖에 읽지 못했지만, 단언컨대 한 권만 읽고서는 ‘기타모리 고’의 매력을 알아채기란 어려울 것이다. 첫 번째 작품에서 나는 그가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를 민감하게 캐치하여 덤덤하게 그릴 줄 아는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에서는 인간의 어리석음,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할 줄 아는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섣부른 염세주의자는 아니었다.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인간에 대해 꾸짖으면서도 차마 그들을 괴물로 그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기타모리 고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들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작가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이 한 작품에서 만나기도 하고, 캐릭터 한 명이 두 개의 각기 다른 작품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그가 구축해낸 세계와 캐릭터들은 끊임없이 확장되면서 유기적으로 재창조된다. 그것은 꼭 구체적으로 언급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렌조 나치> 시리즈의 주인공인 렌조 나치는 주류에서 벗어난 민속학자인데, 기타모리 고의 두 번째 작품인 <桜宵>의 에피소드 안에서 구도가 잠깐 언급한 ‘자주 들르는 민속학자’가 바로 그 ‘렌조 나치’인 식이다.

평행 우주처럼, 어딘가 다른 차원에서 정교하게 구축된 또 다른 세계. 그곳에서는 지금도 누군가 가나리야의 카운터 석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며 구도가 내온 두부 튀김에 감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세계에 걸어 들어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거품이 부드러운 생맥주와 적당한 안줏거리를 준비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테니까!) 최대한 조명을 어둡게 하고 독서를 위한 스탠드만 켠다. 자, 마지막 단계. 이제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을 열고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p.s
<가나리야를 아시나요?>는 ‘가나리야’ 시리즈의 완결 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산겐자야의 맥주바 ‘가나리야’, 단골손님들은 ‘가나리야’에 얽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나간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비밀에 쌓인 ‘구도’의 정체와 ‘가나리야’라는 가게 이름의 유래, 젊은 시절의 ‘구도’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시리즈는 필연적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그 깊이를 더해 간다. 이야기의 구조는 반복되지만, 그것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로 인해 변주되며 독자들을 더욱 그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로서 작용한다. 독자들은 이미 ‘구도’와 ‘가나리야’에 대해 익숙해졌기 때문에 아는 만큼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