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로 예배하다 - 삶의 자리에서 예배하고자 하는 이에게
홍인식 지음 / 샘솟는기쁨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코로나19로 신앙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기존에 당연하게 드렸던 예배와 여러 모임들을 갖지 못하니 다시한번 성찰해보고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 무엇이 지켜가야 할 본질이며, 무엇이 현재 상황에 맞게 변화시켜야 할 비본질적인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런 고민과 성찰의 시기에 다시한번 우리 신앙의 중심을 잡아줄 귀한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

저자인 홍인식 목사님은 그리 먼 저자는 아니다. 가까운 벗의 멘토이시기도 하고, 종종 교계 뉴스를 통해서 저자의 행보를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해방신학자라는 타이틀이 주의를 끌었다. 개인적으로는 해방신학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며 저들의 편에 서는 실천에 한참 못 미치는 나의 신학과 삶이기 때문에 그렇다. 또한 해방신학에 대해 선입견이 있기도 했다. 과격하고 급진적이며 혁명적인 신학. 분명 그런 면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선입견이 바뀌어지기도 했다. 복음주의 혹은 개혁신학과 훨씬 많은 면을 공유하고 있기에 큰 저항감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은 신앙의 본질을 고민하는 코로나19시대를 통과하며 신앙의 본질인 말씀과 기도에 천착하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창세기를 주석하거나 해설하는 책이 아니다. 렉시오 디비나의 방법으로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관조하고, 실천하도록 돕는다. 55가지 창세기의 본문으로 주요내용을 다루며 또 핵심단어를 깊이 묵상하며 삶에서 살아내도록 돕는다. 머리만 커지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뜨거워지는 것도 아닌 말씀에 대한 전인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소중한 안내서이다.

복음주의나 기존 신학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해방신학의 관점과 접근을 배울 수 있다. 물론 필자의 해방신학에 대한 주관적인 이해를 따르지만 말이다. 하나님의 창조를 말하며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우리가 성취해야 할 의무(18쪽)”라고 말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아니, 사람을 하나님처럼 여기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하나님 나라(18쪽)”라고 말한다. 또한 에서 자손의 번성을 바라보며 “야곱의 아들만 아니라 에서의 아들과 후손도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고백하며 현존하는 여러 차별이 하나님 앞에 큰 죄악(196쪽)”임을 강조하고 있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복을 전하는 통로로 살아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의 묵상의 백미는 요셉의 꿈이 깨어지고 하나님의 꿈이 성취된다는 해석이다. 기존의 해석은 형들이 요셉에게 엎드려 절할 때 요셉의 꿈이 성취되었다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 요셉은 엎드린 형들을 일으켜 세우며 저들의 잘못을 용서하고, 많은 사람을 죽음에서 건지시려는 하나님의 꿈이 이루고 있다고 해석한다. 적극적인 신앙의 꿈, 깨끗한 부자를 외치는 포스트모던적인 신앙의 꿈대신 하나님의 꿈이 이루어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각자의 꿈은 깨트리고 대신 하나님의 꿈을 꾸는 자들이 많아져야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임하게 되리라 믿는다.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다르게 읽는데 시간이 제법 오래걸렸다.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한 본문을 깊이 묵상하고 기도하고 실천하도록 안내하는 책이기 때문에 그렇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코로나 시대 본질을 붙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신앙의 본질에 천착하고자 한다면, 이 위기의 시대를 오히려 기회로 삼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면 말씀과 기도로 인도하는 이 책을 가까이하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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