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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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생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전 세계적으로 매스컴을 타며 현존하는 가장 비싼 화가라고 각인된 건 2018년이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실외 수영장을 배경으로 수영장 밖에 선 사람과 물 속에서 헤엄치는 사람이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미술가의 초상(수영장의 두 사람)>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고가 9,030만 달러(1,019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호크니의 이 작품은 그래서 가장 비싼 생존 미술가의 작품이 되었다고 하는데, 선뜻 와 닿지가 않는 어마어마한 낙찰가에 대한 충격도 크지만 나에겐 작품 속의 남성이 호크니의 동성 연인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이 더욱 충격이기도 했다. 내 편협한 사고가 예술가가 일반인들보다는 자유분방하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에 또 한 표를 얹고야 말았다.

 

호크니가 작품에서 자주 사용하는 맑고도 채도가 높은 뚜렷한 색감과 언제나 그의 만면에 실려 있는 웃는 표정의 색깔은 꽤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위에 작가의 웃는 얼굴이 겹쳐 보여서인지 호크니의 그림은 무겁거나 어둡다기보다 대부분이 밝고 환한 느낌이다. 아마도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그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의 전기나 회고록이 아닌 근황과 작품들을 담은, 정말 가깝고도 친밀한 이야기다.

 

영국 요크셔 출신이지만 미국의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기도 하며 여든을 넘긴 세월동안 꾸준히 미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근황은 노르망디의 호젓한 시골로 간다. 팬데믹도 벌써 3년째로 접어들었다. 바이러스와 공생할 수 밖에 없는 현 시국에 호크니는 예술에 대한 세계관과 작품들을 통해 책의 제목처럼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책을 함께 엮은 마틴 게이퍼드는 영국의 미술 비평가로 호크니와 오랜 세월 우정을 이어온 캐미를 자랑한다. 최근 노르망디의 한 작업실에서 자연과 함께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진행 중인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눈 대화들과 호크니가 그린 작품들, 호크니로부터 설명되는 미술사를 빛낸 거장들의 예술적 족적까지 언급이 되면서 뜻밖의 영감과 감동, 힐링을 얻을 수 있다. 책에 실린 이 둘의 대화를 살펴보면 급조된 사무 관계가 아니라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속속들이,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가 그동안 화가로서 쌓아온 부와 명성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듯이 아침을 밝혀주는 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다시 질 때까지 날마다 조금씩 변화하는 날씨를 온 몸의 감각으로 느끼며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맑은 웃음의 화가 할아버지 호크니는 우리 인간이 자연과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명확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책을 통해 전해주는 메시지는 코로나19 시대를 힘들게 겪어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커다란 위로와도 같아서 무척 감동적이고 희망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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