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화해하기 - 관계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그림이 건네는 말
김지연 지음 / 미술문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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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그림을 배운 적이 있는데,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림을 주변에 종종 선물했다.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는 홈 바 테이블에 와인그림을 얹어놓고 와인과 함께 즐겼고,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 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친구는 강아지그림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활짝 핀 해바라기그림으로 하루를 웃으며 시작 한다는 친척의 말은 나에게까지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해주었다. 내 만족감은 차치하더라도 그림이 주는 순기능은 실로 대단하다.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예술작품들 속에 스며있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이 전해 주는 일상의 지혜를 전해준다. 제목처럼 예술작품의 감상을 통해 나 자신과, 타인과, 사회와 원만히 화해하고 마인드 컨트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예술가들의 일생과 당대의 시대상과 사회 문화 풍습 등을 자세히 풀어내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을 통해 익숙한 작가들의 몰랐던 이야기들을 포함해 낯선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품들도 새롭게 접해볼 수 있었다. 작품 설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삶과 비교하고 거기에서 본 받을 점과 지나간 날들의 회상, 미래의 지향점들을 찾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나 주변인들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할 때, 풍요로운 사색의 시간이 필요할 때, 한 폭의 그림을 통해 혹은 하나의 예술 작품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거나 힐링을 얻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그림은 언제나 지친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져주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은 <첫 구름>이라는 제목의 윌리엄 퀼러 오차드슨의 작품이다. 오차드슨은 당시 사회에 만연했던 상류층의 사랑이 없는 불행한 결혼을 삼연작을 통해 묘사했다. <첫 구름>에서 방을 벗어나려고 하는 아내의 뒷모습, 그리고 남편의 찌푸린 표정과 자세를 보면 방 안에 떠도는 냉기를 감지할 수 있다. 그 다음 작인 <정략결혼>은 부부의 사이에 놓인 긴 테이블과 따분한 아내의 표정을 통해 그들의 심리적 거리를 나타낸다. 마지막 작품 <정략결혼, 그 후>에 그려진 불이 꺼진 벽난로 앞에 홀로 앉은 남편의 모습은 불행한 결혼 생활의 끝을 보여준다.

 

p.181

결혼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차드슨의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결혼이 주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많으나, 불행한 결혼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현대 조각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은 전세계인들의 대부분이 익히 알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 이외에도 프랑스의 소도시인 칼레시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청동 조각상 <칼레의 시민들>이 있는데 이는 14세기 칼레시의 영웅들을 주제로 했다. ‘백 년 전쟁을 치르던 시기에 잉글랜드군이 작은 도시 칼레시를 점령하는데 11개월이나 걸린 것에 대해 분노한 잉글랜드의 왕 에드워드 3세는 화가 나 모든 칼레 시민의 목숨을 살려 주는 대신 시민 여섯 명을 대표로 죽이겠노라고 선언했다. 작품 속의 사람들은 모두가 주저하던 그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자진해서 나선 여섯 명이다. 그들은 시민들의 영웅이었지만 같은 인간이기에 실상은 두려움, 슬픔, 비참함, 불안, 절망, 고통, 후회 등 수많은 감정들이 들었을 것이다. 로댕은 이들을 영웅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인간적이고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더 묵직한 감동을 담아냈다.

 

p.179

로댕의 작품 속 비범한 일을 해내는 평범한 영웅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흐려져 가는 희생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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