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 죽음의 미학, 개정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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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빛나게 하는 죽음의 미학

 

소설가 이문열이 선정한 세계 명작의 모음집이다. 그 중에서도 <죽음의 미학>편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아홉 편의 작품을 다루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명성을 떨친 작가들의 제각기 다른 가치관에서 탄생한 작품들이기에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향과 스타일, 글의 분위기는 모두 다르지만 글 속에 묻어난 죽음이라는 운명을 향한 인간의 감정의 색깔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레프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죽음을 앞둔 자의 심경과 불안한 감정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본의 아니게 아내와 가족들에게까지 괜한 신경질을 부리게 되는 이반 일리치의 감정의 움직임을 통해 죽음이란 인간을 얼마나 외롭고 두렵게 하는 대상인지 엿볼 수 있다. 그의 죽음 이후 권력과 세력의 변화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려고 신경을 곧추세우는 주변 동료들의 심정과 나의 죽음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 등 제3자들의 감정들도 지나치게 솔직하면서 공감이 간다.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과 잭 런던의 불 지피기같은 경우, 무자비한 자연재해에 의한 죽음이 묘사된다. 특히 거친 파도 위에서 난파선 구명정에 몸을 의지한 채 무사히 살아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구명정의 등장인물들은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는 순간 날카롭고 비겁해지는 인간 본성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죽음과 맞서는 상황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저항과 용기, 인내심은 죽음의 미학을 연출하기에 충분하다.

샤를 루이 필리프는 앨리스에서 특이한 죽음의 양상을 보여준다. 어린 앨리스는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독점욕 때문에 굶어서 죽음에 이른다.

마지막에 실린 바이올렛 헌트의 마차라는 작품은 삶에 대한 애착 없이 덤덤하게 죽음을 논하는 자들의 염세주의적 이야기를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시켰다.

여러 작품들 중 단연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가 돋보인다. 그는 크눌프라는 캐릭터의 여정을 통해 죽음에 대한 성찰 뿐만 아니라 인생의 기쁨, 회한, 사랑, 우정 등 삶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담아낸다. 이문열의 설명처럼 죽음을 앞둔 크눌프가 신과 더불어 삶을 문답하는 구절 또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저명한 세계의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주제를 가지고 문학 발표회를 연 듯, 한 권의 책을 통해 세계문학의 장을 경험했다는 것과 우리나라의 문학계에서는 이미 중추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문열의 작품해설을 곁들였다는 점이다. 사실 이름난 작가라고 해도 여기에 실린 작품 중에서는 처음 접해보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광활한 문학의 세계에서 핵심작들을 엄선해 읽은 것 같아서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레프 톨스토이

p.120-121

그날 먹은 말린 자두를 생각하고 있노라면 그의 마음은 어느덧 어린 시절로 돌아가 쭈글쭈글 주름이 잡힌 프랑스 자두와 생과일의 독특한 풍미, 단단한 씨를 핥으면 저절로 흘러나오던 군침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새콤달콤한 맛의 기억과 함께, 유모와 형제와 장난감 등 그 시절의 추억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구명정 / 스티븐 크레인

p.148

선장, 기관사, 요리사 그리고 신문사 특파원이 그 구성원이었으며, 그들은 서로에게 일상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보다 한결 더 강한, 별나다고 할 만큼 강한 결속력으로 다져진 친구가 되어 있었다.

 

크눌프 / 헤르만 헤세

p.343

어찌 알겠나? 우리는 늘 죽음이란 하나의 잠이라고 말하지 않아? 잠자면서 때로는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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