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죽는가 - 사람이 죽어야 할 16가지 이유
이효범 지음 / 렛츠북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죽음을 진지하게 성찰하면 결국 나의 삶과 조우하게 된다.

p.241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나는 언제, 어떻게 죽게 될까.

사후(死後) 세계는 존재할까.

죽음이 두렵다.

죽음에 대해 위와 같은 생각은 종종 해 보았지만 라는 물음은 던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은 왜 죽을까?’ 그냥 삶과 죽음은 함께 하는 존재, 즉 태어났다면 반드시 죽는다는 자연의 순리에 딱히 반문을 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이 당연한 이치인줄 알면서도 죽음은 생()과는 반대적 의미이기에 늘 두렵고 피하고 싶고 불안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대해 거부하고 깊게 생각하기를 꺼려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죽음에 대해 동서양의 학문들과 죽음의 개념, 원인, 과정, 방법 등 여러 가지 연구들을 통한 총체적인 관련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알려준다.

 

책에서는 죽음에 대해 16가지의 논점에서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그 중 제8장의 <죽음은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이다> 내용이 인상 깊다.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궁극적으로는 고통스러워서일 텐데 그와 반대로 생각해보면 죽음 이후에는 아무런 감각도 지각능력도 없어지게 되므로 사람이 죽으면 살면서 겪는 고통, 번뇌, 아픔 등은 사라지게 된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자살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해방감을 찾으려는 것이 아닐까. 같은 맥락에서 11<죽음은 본능이다>라는 명제도 쉽게 이해가 된다. 삶의 본능에 대비되는 죽음의 본능은 정신분석학적 진리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생명체에 고유한 본질적 진리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마냥 미화시킨것만은 아니다. 13장에서 설명해주듯 삶은 사실상 죽음에 의해 절멸되기 때문에 죽음은 삶의 박탈이다. 14장의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기초로 하는 도교에서는 죽음을 흉한 것, 악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장생불사하여 신선이 되기를 바라는 학문이기도 하다. 영국의 철학자 버나드 윌리엄스도 죽음은 소망의 실현 가능성을 저지하기 때문에 범주적 소망이 있는 한 죽음은 악()이라는 이론을 펼친다.

 

문명이 진화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죽음에 가까워지는 노화를 지연시키는 신약 개발이나 기계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유전과학과 나노과학 그리고 로봇 기술의 발달로 호모 에볼루티스라는 새로운 인류 탄생의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데, 과연 현재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상에서 언제까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겠냐는 연구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이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해 좀 더 깊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아직까지는 가까운 곳에서 죽음을 마주한 적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주변인이 죽었다면 그 상실감과 슬픔이 얼마나 클지 막연하게 상상해봤을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죽음은 삶의 과정이라 말했듯 죽음을 회피하고 두려워하기보다 잘 살기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이 책은 삶이 있으면 죽음도 존재한다는 자연적인 논리와 삶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생물학적 근거를 여러 가지 학문들을 통해 알려 주었으며 죽음이라는 현상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었고 왜 죽는가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 인생의 가이드 책이라 평가 내리고 싶다. 죽음은 선일 수도, 악일 수도 있고 끝일 수도, 또다른 시작일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죽음은 삶과 필연의 관계이며, 서두에 적었듯 죽음의 성찰을 통해 삶을 더 값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알게 해 주었다.

 

p.25

인간에게 진정한 불행은 죽음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그 사람의 인생의 업적을 결정한다.

 

p.177

을 쓴 프란츠 카프카도 삶이 귀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유한함을 일깨워 줌으로써 살아 있다는 것의 소중함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배우게 해준다. 그래서 삶에는 반드시 죽음이 필요하다. 죽음이 있어야 비로소 삶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p.242

우리의 지상에서의 삶은 비록 짧지만, 의미가 있고 존엄하다. 죽음을 진지하게 사유하게 되면 죽음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 유일무이하고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p.301

생명공학의 최종 지점은 노후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신과 인간의 근본적인 차이는 영생과 죽음이기 때문에 인간이 생명공학의 힘으로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인간이 신의 반열에 오른다고 할 수 있다.

 

p.308

이 새로운 인간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로봇과 인간의 복합 형태의 존재이다. 그러면 자연적 진화는 끝나고 현재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는 공룡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지구에는 기존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생명체와 문명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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