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달동 미술관
피지영.이양훈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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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감상에 이보다 더 흥미롭고 이색적인 방법이 있을까.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이라는 소재에 재미있는 줄거리가 있는 소설을 접목시켜 명화 감상미술사 공부소설 읽기세 마리의 토끼를 잡게 해준 기획자의 아이디어에 거듭 박수를 보내고 싶은 책이다.

 

영달동 미술관은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은 이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마는 가상의 힐링 공간이다. 이곳을 찾은 등장인물들에게 다가와 작품과 작가에 대해 친절히 안내해 주는 도슨트는 마치 그의 상처와 내면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작품을 통해 공감 가는 스토리를 들려주고 인생의 묵직한 깨달음을 전달해준다. 영달동 미술관이라는 푯말 아래에 새겨진 작은 글귀가 말해주듯 화가는 화폭 위에서 붓의 움직임에 따라 자아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당연하고도 신실한 교훈도 함께 일깨워준다.

 

p.8

화가는 그림 속에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림은 자신과 눈을 맞추는 이에게 말을 건다.

 

영달동 미술관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도현이다. 대학 진학과 군복무로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다 어머니가 암투병 끝에 돌아가신 뒤 고향으로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가는 길에 우연히 이곳을 마주하게 된다. 도현은 미술관에서 만난 화가와 명작들을 통해 일찍이 사별하고 아들인 도현과도 떨어져 지내며 병마와 싸워야했을 어머니의 극도의 외로움을 헤아려보게 되고 미술 교사였던 어머니의 유작 전시회를 준비하기로 결심한다.

복역을 마치고 생계를 위해 이 동네에 자리잡게 된 인철은 가족들 앞에 당당히 나타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자책과 자신의 실수로 목숨을 잃은 신혼부부 한 쌍의 영혼을 항상 마음의 짐처럼 지니고 다닌다. 그러다가 우연히 눈앞에 나타난 미술관에서 자신의 처지와 결이 통하는 작품들을 접하게 되고 화가의 삶에 자신을 대입시켜본다.

도현의 사촌 형인 창호는 결혼 후에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 아픈 첫사랑에 대한 상처가 있다. 그 역시 영달동 미술관에 들어가 자신과 닮은 도슨트를 만나면서 진실한 사랑의 의미와 아팠던 과거를 보듬어주는 듯한 뭉클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 총 11명의 화가와 21편의 명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익히 눈에 익은 작품도 있었지만 거기에 속속들이 숨겨진 사연과 몰랐던 일화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생소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이해가 쉽도록 설명을 도와 주는 소설 속 도슨트를 통해 유명 미술관에서 값비싼 도슨트투어를 한 것과 같은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고, 특히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청소년 필독서로 지정되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소설의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군데군데 섞여 있는 미술에 대한 교양지식과 작품 감상 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스타일의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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