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여전히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꽤 오래 전에는 그 중 한 명이었죠. 뉴스에 나오는 몇몇 사건을 보며 여성 인권 신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종종 극단적인(?) 활동가분들을 볼 때면 '꼭 저렇게 말해야만 하는걸까?' 혹은 '저렇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평소에 우리가 페미니즘과 여성에 대해 가졌던 편견과 의문을 쉽게, 또 불편하지 않게 설명해주는 좋은 지침서 입니다.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이 살아왔고 살아가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부분들이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저는 소비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비건 식품을 소비하고, 공정무역 커피와 과일을 주로 소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른 생각과 성향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 처럼 말이죠. 여러 단체에서 여성의 권리를 향상하고 알리기 위한 굿즈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 굿즈를 구입하여 본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일이 늘어나고 있지만 무분별하게 많은 굿즈가 만들어져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내 정체성을 나타내는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했지만 그저 온라인에서 굿즈를 구매한 뒤 '나도 동참했다'는 식의 손 쉬운 자기만족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떻게 소비를 하고 이 소비에 얽힌 권력 관계와 가치사슬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일이 비단 여성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평소에 여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들이나 혹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졌던 분들도 한 번 쯤 쉽게 읽어볼 수 있다고 생각되는 책입니다. 저자가 활동하며 겪었던 내부 갈등과 고민에 대해서 담긴 것은 물론,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책 안에 우리의 일상 이야기를 가득 담아놨기 때문이죠. '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군기를 더 잡는거야?' 혹은 '모두가 능력대로 승진하고 있는거 아니야?', '왜 아들 가진 엄마들은 저렇게 극성이야' 같은 누군가에게는 궁금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들렸을지 모르는 이야기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에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