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섬김의 리더십
밥 얀디안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릴적 교회를 다니면서 골리앗을 물매 한 방으로 쓰러뜨린 양치기 소년 다윗에 대해 많이 들었다. 당시 목사님은 그것이 다윗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힘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러려니 하였고 그후 다윗이란 이름을 머릿속에서 떠올려야하는 일은 없었다. 스무살이 되었을 때 나는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다비드상을 책에서 보게 되었다. 잘생긴 얼굴과 어깨에 물매를 짊어진, 어릴적 목사님이 말씀하셨던 그 다윗이었다. 눈빛이 묘하게 강렬한, 무척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 일이 서툴러 실수도 많았지만, 정작 꾸중을 듣거나 하는 것의 원인은 내가 겸손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나는 내가 겸손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말이 옳다고 판단되면 내 생각을 바꿀 자세가 되어 있다. 도대체 왜 내가 겸손하지 않다는 것인가? 이 '왜'에 대해서 말해주는 이가 없었기에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나는 우울하거나 하면 책이 많은 서점에 가는 버릇이 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들이 주는 숭고감은 나로 하여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것이다. 그 날도 나는 서점을 찾았다. 그리고 하얀 바탕에 빨간색의 큼지막한 글씨로 '다윗'이라 씌어진 이 책을 발견하였다. '섬김' 리더십의 핵심이란다. 무엇을? 왜?

나는 그 책을 샀다. 그리고 다 읽었다.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교만하지 말라, 믿고 맡겨라, 감정을 절제하라, 역사에서 배워라.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왜 뻔한 얘기를 다시금 하는 것인가? 나는 이 '뻔한' 데에 의심을 품고 잠시 동안 상념에 빠져 들었다.

그랬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었다. 단순히 알고 있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왜 겸손하지 않은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겸손한 척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겸손이 어떤 것인지 지식으로 알고 있었으나, 그것이 진정 어떤 것인지 마음으로 느끼지는 못했다. 뻔한 얘기를 하고 있는 이 책이 정말로 뻔한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여전히 겸손하지 못하지만 조금씩 겸손한 마음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뻔하지만 그 뻔한 것이 그 어떤 것 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책을 더욱 값지게 한다. 테크닉을 가르치려는 책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한 것은 그저 테크닉일뿐이다. 테크닉은 영원할 수 없다. 그러나 원칙은 변하지 않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과 같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에 대해 느껴볼 수 있게 하는 책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또 서점에 달려가 그것을 살 것이고, 다 읽을 것이며, 그리하여 조금 더 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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